코스닥이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3년10개월 만에 지수 550을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을 떠났던 외국인, 기관까지 몰려 일부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코스닥 열풍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새 정부가 '창조 경제'를 화두로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한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경기 회복 신호나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 같은 실제적 상승요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상승세가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9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8.92포인트(1.65%) 상승한 550.01로 마감했다. 그 동안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과 키프로스 구제금융 소식에 2% 이상 급락한지 하루 만에 상승세를 되찾은 것이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은 11%이상 상승하며 0.3% 상승하는데 그친 유가증권 시장을 앞섰다. 이달 14일에는 코스닥지수가 553.58을 기록하며 2009년 5월22일(554.09) 이후 처음으로 55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가총액도 123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떠났던 기관ㆍ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1조1,05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서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코스닥지수의 등락은 그 동안 대통령 취임과 무관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1개월 동안 0.99% 상승하기도 했지만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모두 취임 뒤 1개월 동안 10.51%, 3.91% 하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거래규모가 크고 업종이 다양한 유가증권에 비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 대표적이다. 1999년 당시 국민의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정책,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2000년 3월10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2925.5를 기록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신용카드 사태의 여진 등으로 코스닥이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5년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 인수ㆍ합병(M&A) 규제 완화 등을 내놓자 코스닥 지수가 380에서 700선까지 상승하며 '코스닥 부흥'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결국 현재의 코스닥 강세도 단순히 새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코스닥 시장에 호재가 될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주로 공개됐고, 코스닥 보다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시장도 올해 상반기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덩달아 강세를 얻고 있다"며 "코스닥지수가 560까지 순항한다면 올해 600선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코스닥 강세를 예단하기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김대준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이외에 투자활성화, 경기반등 등의 실제적인 추가 상승요인을 아직 찾기 어려운 만큼 최근 코스닥 시장 강세는 코스피 부진에 따른 일시적 반사효과"라며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으니 코스닥 투자 비중을 줄이고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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