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집에 가고 싶었죠. 여기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도살장에서 가죽 벗기는 일을 조금만 오래하면 손 모양까지 변형된대요."
축산대국인 호주의 수많은 육류 가공공장에서도 가장 고된 구역인 도살장(kill floor)에서는 한국인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험한 일이지만, 그 험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만 한 공장 당 수 백 명. 일자리를 사고파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한국 청년들은 호주의 밑바닥 노동시장의 주역이 되어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해외취업'이라는 미명아래 더 많은 청년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 2TV가 20일 밤 11시 5분에 방송하는 '추적 60분'은 큰 꿈을 안고 호주에 갔지만 술집 새벽 청소, 농장 잡역부 등으로 일하며 호주 밑바닥 노동시장에서 일하며 사실상 '취업 난민'이 돼버린 한국 청년들의 실상을 다룬다. 취재진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노숙 중인 한국인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호주에 온 지 이제 겨우 석 달째인 한국인 청년, 그가 돈 한 푼 없이 도심 한복판 벤치에 몸을 뉘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다름 아닌 카지노 때문이었다. 대도시의 카지노부터 농장 주위의 '포카장'까지. 새벽잠을 아껴가며 번 돈을 도박에 걸 수밖에 없었다는 한국 청년들은 부지기수였다. 돈이 아닌 시간을 베팅 한다는 그들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언어도 능숙하지 않고 자금도 충분히 준비 되지 않은 채로 호주에 온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은 현지에서 수많은 피해와 범죄의 대상이 된다. 최근 자신이 일하던 성매매 업소 포주의 돈을 훔쳤다가 구속된 21세의 한국인 여성도 당초 여행 가이드를 꿈꾸던 순진한 아가씨였다.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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