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등위 심의 너무 엄격" 핏대 선 영화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등위 심의 너무 엄격" 핏대 선 영화계

입력
2013.03.19 14:23
0 0

"관객의 수준을 뭘로 보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등급분류인가."

충무로는 요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단단히 뿔이 났다. 특별한 노출 장면도 없는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칸영화제 초청작인 예술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극장에 걸리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에선 "영등위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가 부흥을 맞는 한국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반발했다.

영등위는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이십세기폭스사가 직접 투자해 화제가 됐던 영화'런닝맨'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폭력성 및 공포(신체 손괴와 살인), 모방 위험 등이 높고 욕설과 비속어 사용 때문이라고 한다. 15세 이상을 기대했다 당혹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 영화사는 부랴부랴 문제가 된 살인장면 등을 편집해 재심의를 넣었다. 하지만 등급판정이 번복될 지는 미지수다.

21일 개봉하는 '연애의 온도'도 예상 밖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일부 장면을 편집해 재심의를 넣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영등위의 '거친 욕설과 비속어가 많이 등장하고 선정적 내용이 반복된다'는 판단에 '연애의 온도' 측에선 "노출이나 표현 수위 등이 다른 15세 관람가 영화와 별반 차이도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 12일 프랑스의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모터스'가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정 받을 때도 영화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퐁네프의 연인들' 등으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갈채를 받았던 작품이다. 영등위는 장기간의 성기노출 장면을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국내엔 제한상영가 전용극장이 없어 사실상 영화 개봉이 금지된 셈이다. 영등위는 영화계의 반발에 대해 "등급분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란 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영화사측은 문제 장면을 뿌옇게 처리해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웃는 남자'티저 포스터가 '너무 기괴하다'란 사유로 심의 반려됐다. 또 관객 1,200만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은 15세 관람가인데, 성매매 장면이 나오는 '레미제라블'은 12세 관람가로 심의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관객도 납득하기 힘든 등급 판정이 잇달아 내려지고 있다. 우리도 등급분류가 정부 주도의 영등위가 아닌 민간 자율 심의 형태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측은 "영등위는 등급분류만 할 뿐 검열기관이 아니다. 아직도 영등위를 예전의 영화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처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미국은 5~17세 자녀를 둔 학부모만이 등급분류에 참여할 수 있고, 영화인의 참여는 금지돼 있다. 영국과 독일은 우리처럼 비영리 공공기관에서 청소년, 미디어 전문가들이 등급분류를 담당한다. 하지만 한국의 심의위원엔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영화평론가 등 영화인이 30~40%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