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반도체 가격이 이상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보름 사이 20% 정도 올랐고, 지난 3개월간 무려 60% 가까이 치솟았다.
모바일시대 도래에 따라 PC는 점차 사양단계로 접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부품값은 더 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킨 게임'에 비유될 만큼 공급과잉이 빚어져 가격이 폭락했던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몇 달 만에 완전히 다른 수급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19일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에 따르면 D램 반도체의 이달 상반기 고정거래가격은 1.28달러. 고정거래가는 반도체 제조업체가 수요업체에게 장기대량 공급하는 가격으로, 매달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발표된다.
3월 상반기 고정거래가는 보름 전인 2월 하반기(1.08달러)보다 18.5% 오른 것. 2011년 8월 상반기(1.31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D램 가격은 작년 11월 사상 최저인 0.8달러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올해 들어서만 54.2%나 뛸 만큼 폭등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PC용 D램 가격이 급등한 건 수요증가 보다는 공급부족 때문. 사실 IT기기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스마트폰)로 옮겨가면서 PC용 반도체 수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반도체업체들이 모바일용 반도체 생산을 대폭 확대하면서, PC용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게 됐고 이로 인해 값이 뛰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엘피다를 인수한 미국 마이크론 등은 모바일용 쪽으로 반도체 생산체제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부족을 우려한 중국의 군소 PC제조업체들이 D램을 앞다퉈 사들여 재고축적에 나서다 보니 PC용 반도체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없이 부품만 조달해 물건을 만드는 중국의 조립PC업체, 일명 '화이트박스' 업체들이 PC용 D램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 내에선 가격상승을 놓고 미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에 취임한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PC 수요 자체가 위축돼 있는데 PC용 D램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건 일부 공급자들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즉,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값을 높게 받기 위해 생산 및 출고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담당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SK하이닉스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업체들이 PC대신 수요가 좋은 모바일쪽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특정업체가 물량 조절로 가격을 맘대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건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에선 수급균형이 깨진 만큼, 가격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찬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는 D램 가격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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