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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바젤협약' 비상

입력
2013.03.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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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금지하는 바젤 협약이 글로벌 IT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 품목까지 폐기물에 포함하려는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전자업체들은 물론 선진국 정부까지 반발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28일부터 5월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협약'(바젤협약) 11차 총회에서 전자ㆍ정보통신ㆍ의료기기 AS품목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AS를 위해 다른 나라로 수리를 보내는 고장제품과 부품까지도 전자폐기물로 규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만약 이 안이 채택되면, AS품목의 국가간 이동도 전면 금지된다.

바젤협약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건 AS용품을 가장해 유해 전자ㆍ의료기기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톤 이상의 전자 폐기물이 쏟아지며 이 가운데 90%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저개발국에 버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정상적 AS용품이나 재활용품 등으로 위장해 폐기물이 불법 투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자폐기물 범위에 AS품목까지 포함할 경우 전자업체들로선 막대한 추가비용이 유발된다는 점.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고장제품이나 재활용제품 및 AS부품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AS센터를 세우고 관련인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출국가에 AS센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거나 위탁운용하고 있는 대형 전자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들은 AS자체가 마비돼 더 이상 현지판매가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바젤협약 확대에 공식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폐기물범위를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놓았고, 미국은 정보기술산업협회, 유럽연합(EU)은 기업 및 시민단체 모임인 디지털유럽 등이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정부조차 이런 흐름에 대해 깜깜한 상황. 주무부처인 환경부측은 "아직 올해 바젤협약에 대한 의제분석을 하지 못했다"며 AS용품 포함여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밝혔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도 "바젤 협약에 AS제품이 포함되는 방안에 대해 최근 문의가 늘고 있지만 구체적 해답을 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자폐기물 대상 확대가 확정되면, 국내 중소IT업체들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엔환경협약(UNEP)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전자제품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로선 폐기물 범위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젤협약이란

전 세계적인 환경보호, 특히 선진국들이 자국 내에서 만들어진 유해폐기물을 개도국에 불법 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 규제협약. 1992년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17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박진홍 인턴기자(숭실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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