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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유럽 교황 탄생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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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유럽 교황 탄생의 교훈

입력
2013.03.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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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새 교황 프란치스코는 비교적 좋은 평판을 얻는데 성공한 것 같다. 스스로 자기 권위를 높이는데 주력한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새 교황은 소탈하고 친근한 스타일로 호감을 사고 있다. 일반 버스를 이용하고 호텔 숙박료를 직접 계산하며 거리에서 교인들과 악수하고 어린 아이와 스스럼 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과거 제왕적 교황의 그것과 확실하게 대비된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아르헨티나 군부의 '더러운 전쟁'에 침묵하고 수하 사제의 성 추문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 같은 것들이다. 그가 해명하거나 반성해야 할, 가볍지 않은 비판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이것들마저 검소한 그의 스타일에 묻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탄생과 관련해 가장 큰 파격은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남미 출신 교황의 탄생이 처음이고 유럽 밖에서 교황이 나온 것은 1,282년 만이다. 교황청의 부패와 관료주의, 사제의 추문 등으로 가톨릭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기경들이 1,000년 이상 된 유럽 교황의 신화를 또다시 붙잡았다면 비유럽 교황은 탄생할 수 없었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비유럽 교황의 선출 그 자체는 전통, 관행 혹은 고유 문화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자기 변명 및 타성과의 단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전통과 관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그것을 앞세워 이익과 변명을 꾀하려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투우를 국가문화유산으로 선언하기로 한 스페인의회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국가문화유산 선언을 청원하며 의회를 추동한 카탈루냐투우연맹은 "투우가 스페인의 세계적 문화유산이며 스페인 국민의 역사ㆍ문화 전통으로 법률적ㆍ재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투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것은 투우를 전통 혹은 문화로 보지 않지 않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투우사와 검은 황소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엄한 대결이라고 미화하지만, 말 등에 올라 칼을 뽑아 든 투우사와 상대를 향해 돌진할 줄밖에 모르는 황소의 대결은 애당초 대등한 경기가 될 수 없다. 투우사의 칼에 찔린 소는 고통 때문에 오줌과 침을 흘리면서도 앞으로 질주하라는 본능에 따라 끝까지 덤벼들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 투우는 불공평하고 비겁한 일방적 죽임일 뿐인데 그것을 새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일본이 포경에 집착하며 내세운 고유 문화 논리도 마찬가지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농림수산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가 고래고기를 먹듯 호주인은 캥거루 고기를 먹지 않느냐"며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 문화가 있는 만큼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은 오래 전부터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은 바다에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야시 장관의 이 말은 일본 포경선의 고래잡이를 호주가 뉴질랜드 등과 함께 비판하자 반박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국제사회가 고래잡이를 규제하는 것은 남획으로부터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 지역별로 고래 개체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고, 일부 국가가 자국의 쇠고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포경을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래잡이를 허용하면 남획과 개체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단백질 섭취 방법이 다양해졌고 섭취량도 많아졌는데 고유의 음식문화를 들이대며 고래를 잡겠다는 주장은 타인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전통이든 고유의 문화든 그것이 폐쇄적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지킬 이유가 없다. 비유럽 교황의 탄생은 타당성 없는 전통과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도 교훈을 준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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