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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장르와 섞고 무대 현대화해도 소리의 전통은 고스란히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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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장르와 섞고 무대 현대화해도 소리의 전통은 고스란히 살렸죠"

입력
2013.03.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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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일까, 일탈일까. 국립창극단이 소설과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진 '서편제'(연출 윤호진)를 창극으로 선보인다. 27~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지난해 창극이라기보다는 연극에 가까웠던 '장화홍련'(연출 한태숙), 현대어로 쉽게 풀어낸 '배비장전'(연출 이병훈)을 선보이며 주목 받은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던 국립창극단의 또 다른 '무한변신' 프로젝트다. 잘 알려진 대중가요를 이야기 흐름에 맞게 배치한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하이라이트)과 민요를 각각 어울리는 장면에 그대로 삽입하는 방식으로 작창을 시도한 작품이다. 제작진으로는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씨, 극작가 김명화씨, 작곡가 양방언씨가 참여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벗어난 창작극 위주의 국립창극단 레퍼토리 구성에 창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변화의 중심에 있는 창극 배우들의 소신은 분명했다. 18일 만난 '서편제'의 어린 송화 역 민은경(31)씨와 노년 송화 역 김금미(48)씨는 "무대를 아무리 양식화한다 해도 우리 소리가 담겨 있는 한 전통 공연으로서의 의미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편제'의 이야기가 다섯 바탕, 더 나아가 열두 바탕의 전통예술 판소리를 넘어서는 소재인 것은 맞지만 창극의 본질인 소리의 전통은 고스란히 살아있죠."(김금미)

"현대의 창극은 관객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러자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야 하는데 '서편제'라는 익숙한 소재가 큰 도움이 되죠."(민은경)

아직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두 사람이 이번 공연의 주역을 꿰찬 것도 타 장르와의 결합을 마다하지 않는 국립창극단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초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신입 단원인 민씨는 2010년 뮤지컬 '서편제' 초연에서 주인공 송화를 연기했다. 그는 각종 국악 경연의 판소리 부문 장원을 휩쓸며 주목 받아 온 젊은 소리꾼으로 창극은 물론 마당극, 뮤지컬 등 다양한 극예술에서 활약해 왔다. "뮤지컬 '서편제'가 삽입된 노래와 앙상블의 호흡이 중요했다면 창극은 우리 창극단의 삶 그 자체가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죠."

또 김씨는 지난해 '장화홍련'의 계모 허씨를 맡아 연극배우 못지않은 출중한 연기력으로 호평 받은 소리꾼이다. 전통무용을 배우다 30대 들어서 소리를 익히기 시작한 늦깎이로 34세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그는 지난 몇 년 간 조연급 배역을 전전해 왔다. 그런데 창극과 연극, 뮤지컬 출연을 병행한 덕분인지 지난해 연기에 중점을 둔 '장화홍련'에서 기대 이상의 큰 배역인 계모 허씨로 캐스팅됐다. 이번에 노년 송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판소리 명창 안숙선씨와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김씨는 국립창극단 원로 단원인 안씨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된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소리를 늦게 시작해 예술가로서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조금씩 인정 받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판소리는 일생을 걸어야 할 대상"이라는 이들은 특히 여러 장르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창극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쉰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득음을 모르지만 소리꾼의 깨달음이라는 게 혼자 힘으로 찾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타 장르에서 받는 자극, 꾸준한 관객과의 호흡이 결국 우리 전통 창극이 빛을 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김금미)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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