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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료 1년 남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고사하고 연장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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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료 1년 남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고사하고 연장도 어렵다"

입력
2013.03.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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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까지 싸늘한 분위기

한미원자력협정이 시한 내 개정은 물론 연장도 어려워 협정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한미원자력협정은 2014년 3월 19일 만료되지만 미국 의회의 간접 비준 일정을 감안할 때 올해 6월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핵ㆍ원자력 전문가인 프레드 맥골드릭과 김두연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분위기가 한국과 크게 다르다며 협정의 개정과 연장을 모두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워싱턴의 한국계 싱크탱크인 한미정책연구소(소장 도널드 만줄로)에서 최근 열린 ‘한미의 평화적 핵 협력’ 세미나에서 미국 의회를 새 한미원자력협정의 예상치 못한 변수(와일드 카드)로 규정하고 이같이 전망했다.

두 사람은 의회에 새로운 원자력협정에 해당국의 농축ㆍ재처리 권한을 포기하도록 하는 골드스탠더드(황금기준)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을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모든 원자력 협정이 골드스탠더드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법안을 2011년 만장일치로 발의하기도 했다. 프레드 맥골드릭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국과 미국의 견해 차를 좁히기에 시일이 촉박해지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협정 연장 방안이 의회를 통과할 확률도 10% 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협정 연장마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무부 관계자 등 미국 측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세미나에서는 결국 한미 양국이 협정 시한을 넘겨 개정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협정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도 1995년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때 의회의 90일 연속 개회 기간 중 개정안을 마련하지 못해 협정이 종료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새 협정이 발효된 1996년 3월까지 EURATOM 가입 국가들에 대한 원자로 관련 교역을 제재했다.

한국도 협정에 공백이 생기면 원자로와 관련 부품의 해외 수출을 위한 미국의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상업용 원전 4기를 제공하는 한국전력 컨소시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중국에 원전 4기를 수출하는 한미 원자력 프로젝트 역시 주요 부품들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은 원자력협정 개정에서 사용후 핵 연료의 재처리와 농축의 허용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핵 연료 보관시설의 포화와 연료의 안정적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재처리를 허용한 일본, 인도와 한국을 동등하게 대우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재처리 허용이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북한 비핵화 논리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축과 재처리 허용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부터 주창해온 비확산 정책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 사설에서 재처리 허용이 한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의심하면서 한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무장론을 근거로 들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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