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금융 공공기관장에 대해 "임기와 관계 없이 필요하면 교체를 건의하겠다"며 금융권의 인사파장을 예고하면서 그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만수 KDB산은금융 회장 등 금융권에 포진한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들이 주요 교체 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첫 임무로 선배들의 옷을 벗겨야 하는 얄궂은 처지가 된 셈이다.
신 후보자가 기관장과 지주 회장 교체 검토 대상으로 제시한 3가지 기준으로 따지면 금융공기업 11곳, 금융회사 4곳 등 총 15곳이 해당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금융위의 입김이 작용하는 은행연합회(박병원 회장), 생명보험협회(김규복 회장), 손해보험협회(문재우 회장), KB금융지주(어윤대 회장), 농협금융지주(신동규 회장) 등까지 합하면 20곳이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4대 천왕' 으로 불리는 강만수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MB맨'(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교체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특히 강 회장은 금융위가 임명을 제청하는 산은금융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과 이 회장도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 회장의 측근은 "강 회장이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힌 그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교체 방침을 기다리는 입장임을 밝혔다. 이 회장 측도 "회장이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대주주인 만큼 금융위원장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부에 거취를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도 아니라는 점에서 임기가 4개월 남은 어 회장을 교체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KB금융이 공공적 성격이 큰 대형 금융지주라는 점에서, 어 회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나머지 공공기관장의 교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친 MB 인사로 분류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로 퇴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가 신임 이사장 후보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임기가 1년 연장됐다. 당시에도 연임의 뜻이 없었다는 점에서 금융위에서 교체 신호를 보낼 경우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기수(期數) 문화가 만연한 금융권 특성에 따라 당장 신 후보자(행정고시 24회)보다 행시 선배이거나 동기인 관료 출신 금융기관장도 '용퇴'가 거론될 수 있다. 실제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난 권혁세(행시 23회) 금융감독원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인사로는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9회),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16회), 김용환 수출입은행장(23회),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24회) 등이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사퇴 압박을 받는다면 박근혜 정부가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낙하산을 다른 낙하산으로 대체하는 꼴' 이라는 비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부 교체기마다 이런 식의 물갈이 파동을 겪지 않으려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2.5년 혹은 3년 임기 2년 연임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