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마침내 첫 승을 올렸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총 88개(스트라이크 54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였고, 볼넷은 2개였다. 대체적으로 공은 높았지만 시속 110㎞ 미만의 느린 커브를 적절히 던지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장단 16안타를 터뜨린 다저스의 11-1 승리. 4번째 선발 등판 만에 따낸 공식 경기 1승이었다.
이로써 류현진은 선발진 합류에 탄력을 얻게 됐다. 그 동안 선발 자원이 넘쳐난다고 평가 받은 다저스는 현재 비상이 걸렸다. 에이스인 왼손 클래이튼 커쇼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는 팔꿈치, 오른손 채드 빌링슬리는 검지 손가락이 문제다. 보스턴 에이스 출신의 조시 베켓은 감기에 걸렸다. 여기에 크리스 카푸아노, 테드 릴리, 애런 하랑 등 베테랑들은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선발 경쟁에서 류현진이 한 발짝 앞서가는 모습이다.
이날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 선두 타자 카를로스 고메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1사 후 도루까지 허용했다. 볼카운트 1볼에서 어설프게 커브를 잡아 당긴 3번 조나단 루크로이의 타구는 빗맞은 안타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1사 1ㆍ3루가 됐다. 류현진은 결국 4번 알렉스 곤살레스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5번 크리스토퍼 데이비스에게도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6번 테일러 그린을 2루수 땅볼로 막았다.
그러나 2회부터 6회 2사까지는 노히트노런이었다. 3회 들어 2개의 볼넷을 잇달아 허용하며 무사 1ㆍ2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그 동안 숱하게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빅리그에서도 여전했다. 밋밋하게 들어가던 공은 주자가 있을 때 오히려 코너워크가 됐다. 류현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공 5개로 2아웃을 잡은 뒤 케빈 그렉에게 바통을 넘겼다.
류현진은 경기 후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내 첫 목표가 아니다"며 "시즌을 잘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다리던 첫 승을 따냈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개막전까지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포수 A.J. 엘리스는 "직구가 좋았고 3회 2명의 타자들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위기를 넘겼다"며 "스프링캠프 동안 변화구 구위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키가 될 것이다"고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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