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열강이 더 많은 에너지 확보와 새로운 에너지원 발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태양, 바이오 및 풍력 등과 같은 신 재생에너지, 셰일가스(Shale Gas)의 개발 등이 그렇다. 열강들이 추구하는 위성과 우주탐사도 궁극적으로는 새 에너지원 개발에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보다 인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자원은 물이다. 물 부족은 크게 물리적, 경제적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부족이란 사용해야 하는 용도에 맞는 담수의 확보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이다. 경제적 부족이란 수자원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나 취수, 정수 및 분배의 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수요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다. 물리적이든, 경제적이든 물이 부족하면 현재의 인류체계는 유지될 수 없다.
물과 에너지의 관계는 어떤가. 도시의 전기에너지 1~18%는 물 운반과 처리에 사용된다. 가정과 산업공정에서 물을 끓이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물을 이송하고 하수를 처리하는 것의 10배 이상 소요된다. 2011년 통계를 보면, 하천에서 물 1톤 취수에 전기에너지 0.2kWh를 필요로 하고, 이를 정수하는데 0.12kWh, 또 처리된 물 1톤을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데 0.2kWh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식수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수가 점점 오염됨에 따라 기존 처리방식으로는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 고도처리나 여과기술 등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공정이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가 없다면 취수, 정수, 분배의 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물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물이 없는 경우 에너지 생산은 어떠할까. 국내 전기에너지 생산의 68%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화력발전의 연료인 화석연료는 채굴과정에서부터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원유와 가스의 채굴과정에서는 초당 265리터가 필요하다. 석탄은 채굴과정에서는 필요 없지만, 발전용으로 정제하려면 막대한 물이 있어야 한다. 인류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매장량, 기술혁신으로 경제성이 확보되었다는 미래에너지 셰일가스의 채굴기술도 물의 압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1개 셰일가스 개발에 1만 톤의 정수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뿐인가.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 때 화력발전기에는 초당 35톤, 원자력은 무려 50톤이 들어간다.
이처럼 물과 에너지는 뗄 수 없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이 공급한계와 비용상승을 초래함에 따라 선진국들은 이 두 자원에 대한 불가분의 관계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물과 에너지의 결합'(Water and Energy Nexus) 이라는 용어를 흔하게 사용하면서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가진 퓰리처상 수상작가 대니얼 예긴이 쓴 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소비량은 지금보다 40% 정도 늘어날 것이며, 사용하는 에너지의 구성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물의 사용량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구증가가 되었건, 산업화의 진전이 되었건 탄소기반의 에너지사용량 증가는 기후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극단적 홍수 또는 극심한 가뭄의 심화로 수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며, 수자원을 이용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이 두 자원을 하나로 바라보고 접근하여야 한다. 두 자원을 다루는 부처도 미래창조 경영관점에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효과적인 정책을 내 놓을 수 있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과 에너지 전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설계지원처장·공학박사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설계지원처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