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전세계에 공급한 원유가 2003년 전쟁 발발 후 10년 동안 크게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서방국가들의 암묵적 동의 아래 서방의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며 전세계에 이라크산 원유를 대거 공급한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가세하고 있다.
2003년 3월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 발발 직후 이라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70만배럴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260만배럴로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계속 증가해 지난해 11월에는 340만배럴을 기록했다.
FT는 “최근 서방의 이란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우려됐던 원유 공급 문제는 이라크의 원유 생산 급증으로 상쇄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 생산은 전쟁 직후 이라크 정부에게서 개발권을 따낸 엑손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서방 거대 석유업체들에 의해 대부분 이뤄져 왔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라크 석유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2011년 12월 미군의 이라크 완전 철수 전후로 이라크 정치상황이 불안해지자 서방 석유업체들이 이라크 정부와의 원유생산 계약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생긴 변화다.
엑손모빌은 2011년 10월 이라크 북부지역의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 6개에 대한 탐사계약을 맺었다. 정치상황이 불안한 이라크 정부보다는 독립하기 위해 서방의 힘을 필요로 하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협력해 원유개발에 나서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국경 내 모든 원유 계약은 중앙정부를 통해 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엑손모빌은 현재 이라크내 원유개발 계획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틈 타 이라크에 강력한 자원외교를 벌이고 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2009년 이라크 남부유전 중 최대 규모인 루마일라 유전개발권을 확보, 서방 석유업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CNPC는 최근 10억배럴 규모의 유전이 발견된 이라크 마이산주 지역의 유전개발에도 참여하기 위해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최근 수년간 외국자본을 활용한 이라크 정부의 원유개발 방식이 외국자본은 물론 이라크 정부에도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해외자본을 통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문제가 해결돼 원유생산량이 갑자기 늘 경우 해외자본만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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