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대학생(26)은 해외여행 경험은 고사하고 여권조차 만든 적이 없다. 그는 “외국 요리는 시내에서도 먹을 수 있고, 해외 모습은 인터넷에서 알 수 있다. 운전 면허증은 필요성을 못 느껴 따지 않았다”며 “수준에 맞춰 생활하고 있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장기불황 속에서 자란 일본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사토리(깨달음)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미래를 현실적으로 보는 현명한 집단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소비 붐을 주도해야 할 젊은이들이 구매의욕을 상실, 기업활동에 위협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사토리 세대는 2002~2010년 일본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유토리(여유) 교육을 받고 자란,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10~20대 중반 젊은이들을 말한다. 작가 야마오카 히로시는 이라는 책에서 유토리 세대 젊은이들의 소비성향을 “차량이나 명품을 선호하지 않고 스포츠나 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이들은 철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경기가 후퇴하면서 꿈과 목표를 잃고 현실에 타협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토리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연애관이 담백하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를 찾기보다는 현재 생활을 공유하는 편한 이성을 원한다.
20대의 구매욕 상실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일본교통공사에 따르면 20대 해외 여행자는 2000년 417만명이었으나 지난해 294만명으로 줄었다. 여행업계는 사토리 세대가 사회 주류로 등장하면 신혼여행, 가족여행 시장에도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본다. 18~24세의 자동차 면허증 보유비율은 10년 동안 65%에 머물러 있다. 이중 실제로 운전하는 남성은 1999년 74.5%에서 2007년 62.5%로 줄었다. 운전하는 젊은층이 줄어들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사토리 세대에게 급여 인상과 함께 높은 직책을 주겠다고 제의해도 ‘일만 힘들어진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회학자 후루이치 아키히사(28)는 “스스로를 한발 물러서 볼 수 밖에 없는 세대”라며 “돈이 없으니 합리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