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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1번지' 노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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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1번지' 노원병

입력
2013.03.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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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은 도시 난민을 양산했다. 외국인들에게 판자촌을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로 72만 명을 거리로 내쫓았다.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서울 동북부 변두리에 위치한 상계동 철거민이었다. 오갈 데 없어 명동성당에서 텐트를 치고 300일 동안 살다 경인고속도로변으로 이주해 가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성화 봉송로라며 그마저 불허됐다. 철거민들은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단 몇 분 때문에 10개월이나 땅굴을 파고 살아야 했다.

■ 그 때에 비하면 지금 상계동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수락산과 불암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관에 아파트들이 제법 들어서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산 자락에는 70년대 지어진 달동네가 남아있다. '희망촌' '양지마을'은 연말연시면 불우이웃돕기 연탄배달 행사가 열리는 단골 장소다. 연탄을 때는 집이 1,000가구 정도 되고 노년층,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들이 많이 산다. 뉴타운으로 지정돼 조만간 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아파트보다 연립주택이 많은 전형적인 서민 동네다.

■ 상계동은 노원구를 잉태하는 데 기여했다. 서울올림픽으로 상계신도시가 완공되면서 노원구가 생겼다. 그로 인해 일제 때 사라졌던 '노원'이란 명칭이 되살아났다. 갈대가 무성한 벌판이란 뜻에서 유래된 노원(蘆原)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역원(驛院)이 들어서면서 900년 동안 유지돼왔던 지명이다. 너른 초원에서 말을 방목해 '마들평야'라고도 불렸다.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출마선언으로 상계동이 주목 받고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질 노원병은 상계 1~10동 가운데 6,7동을 제외한 지역이다. 그 동안 별 관심을 못 끌었던 동네가 갑자기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가 되면서 마치 '정치1번지'가 된 듯하다. 노원구는 역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17명 중 12명이 야권 소속일 정도로 야권 성향이 강했다. 대선 때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52.99%)가 박근혜 후보(46.16%)를 앞섰다. 유권자 17만 명 정도인 상계동 주민들에게 안철수뿐 아니라 민주당과 야권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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