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들이 올해 계열사 감사위원으로 선임한 인물 중 3명 중 1명은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66개사는 올해 감사위원 81명을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했거나 뽑을 예정이다. 이들을 출신 별로 보면 교수가 35명(43.2%)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ㆍ재계(10명), 행정부 공무원(9명), 국세청(7명), 판사(5명), 검찰(3명), 경찰(1명) 등의 순이었다. 이중 정부 고위 관료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사법당국 등 권력기관 출신은 25명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올해 선임한 감사위원 3명 중 1명이 권력기관 출신인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15일 주총에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송 전 총장은 재직 당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대선 비자금 수사를 맡아 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LG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감사위원으로 선임 또는 재선임했다. SK C&C는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인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감사위원으로 뽑는 내용을 22일 주총 안건으로 올렸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을, 롯데제과는 강대형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을 각각 선임 예정이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감시 역할을 맡는 내부 통제기구로,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상법상 규정돼 있다. 문제는 상당수를 회사 사정에 어두운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우다 보니 ‘경영감시’라는 본래 역할보다 대외로비 창구에 지나치고 있다는 점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를 비롯한 감사위원은 경영진과의 친분으로 권력기관 출신이 맡은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떨어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가 없다”며 자격규제 등 제도강화를 요구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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