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장ㆍ차관급 고위 인사를 거의 마무리 지은 뒤'국정 철학 공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새 정부 첫 '장ㆍ차관 국정토론회'에서 "장차관은 물론, 공무원 모두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공무원 모두가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각 부처를 잘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사권자로서 지금까지 이뤄진 인선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당부를 '국정 철학 공유'란 표현에 담았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11일 첫 국무회의에서도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 철학 공유 인사'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뤄진 '박근혜 인사'의 바닥에 "적어도 국정 철학은 같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직인수위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인사 다수가 기용된 것도 이 같은 전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이 써보고 철학이 같다고 여겨져야 다시 쓰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위직 상당수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관료 출신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 철학을 공유했다고 판단한 '써 본 사람'을 청와대 등 자신의 주변에 우선 배치하고 그 주위를 전문성 있는 관료로 감싸는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나서 관료들을 향해 국정 철학 공유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생각이 같은 사람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인사권자로선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야 일관되고 안정된 국정운영이 가능해진다. 정치평론가 황태순씨는 "대선에서 공약을 내걸고 국민 선택을 거친 만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진용을 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주요 관직을 독점하는 엽관제(spoils system)가 관행화된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당선에 기여한 캠프 출신 인사들과 동향의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정책 결정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이번 인사에선 이렇다 할 탕평 인사가 없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선 당시 대탕평을 얘기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퇴행적 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원이나 정적을 중용하는 탕평 인사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계층 갈등 극복이 시대적 과제인 만큼 최소한의 탕평 인사가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인재 풀을 좁힐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국정 철학 공유 인사는 노무현 정부 코드인사와 다를 바 없다"는 혹평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스템 인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성이란 잣대도 필요하다. 코드 인사가 비판 받는 지점은 철학 공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연ㆍ학연에 얽매였을 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능력 있는 측근은 얼마든지 기용할 수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인사에 대한 논공행상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정철학 공유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전문성 있는 인물을 시스템을 통해 발탁하는 방식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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