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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여야 정치력 부재 국민들 정치혐오 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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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여야 정치력 부재 국민들 정치혐오 더 키워

입력
2013.03.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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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7일 극적으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타결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21일 만의 지각 합의였다. 지난 1월 30일 법 개정안 제출 이후 47일 만의 합의이기도 하다. 그 동안 정부는 온전한 내각도 구성하지 못하고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온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의 정치력 부재 탓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대표 발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만 해도 순풍을 탄 듯했다. 바로 다음 날 여야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하고 2월 14일 또는 1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일정까지 잡았다. 이어 6인 협의체와 10인 협의체를 잇따라 만들어 협상에 돌입하는 등 여야 협의는 순조롭게 시작됐다.

하지만 설 연후 직전인 2월 8일부터 방송통신 업무 이관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의견 차를 보이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쟁점을 둘러싸고 원점만 맴돌자 여야 협상팀은 '정부 출범 이전에 협상이라도 타결하자'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여야 대치는 정부 출범을 넘겨서도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요청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새 정부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새누리당에서는 "청와대 눈치를 그만 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됐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발목잡지 말고 통 크게 양보하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는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부 출범 이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김영삼정부 출범 당시에는 1993년 2월 23일, 김대중정부 출범 때는 1998년 2월 17일, 이명박정부 출범 때는 2008년 2월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늑장 타결은 우선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는 협상이 막힐 때마다 야야 정치권이 나서거나 대통령 당선인의 결단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면서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원안을 고수하고 여야가 전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 집권 세력이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무조건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어느 선진국에서도 법이나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못해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한 사례가 없다"며 "정부조직 개편에 집착하기 보다는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효율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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