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새누리당은 어느 정도 명분을 살렸고 민주통합당은 다소간의 실익을 챙겼다. 하지만 협상 과정 전반을 되돌아보면 양측 모두 잃은 게 많았다는 게 중론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최대 현안이었던 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비롯, 방송기능 전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자 했던 원안을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던 부분이다. 이 점에서 새누리당은 명분을 살리는 타협안을 도출해낸 셈이다.
민주당은 SO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넘겨주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관철시켰다. 방통위의 과반이 여권 추천인사라 실효성은 의문이지만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 공정성 관련 특별법 제정 요구를 접었지만 대신 방송법 일부 개정과 국회 내 특별위원회 설치를 얻어낸 것도 실리를 챙긴 사례다.
정치현안에서도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끌어내면서 나름 성과를 냈다. 새누리당은 청문회법 개정 약속과 함께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을 관철시켰다.
이를 두고는 양측 원내대표단이 논란을 감수한 채 내부 단속용 거래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새누리당은 ‘무소신’, 민주당은 ‘발목잡기’란 딱지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난 여야 협상대표단은 합의 지연에 따른 부담이 큰 듯 “오늘을 넘기지 말자”며 서로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연아 선수가 우승도 했는데 우리도 기분 좋게 사인하자”고 말했고,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교황 선거 콘클라베처럼 아주 끝장을 내자”고 받았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2시간 넘게 진행된 협상 내내 외부와의 접촉 없이 절충을 시도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판단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와의 조율설을 의식한 듯 “통화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하며 “미래부를 활성화해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새 정부와 여야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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