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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alid Grammar (문법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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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alid Grammar (문법의 효력)

입력
2013.03.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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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본인이 인터넷 상에 질문을 했다. 비상시에 도움을 요청할 때 ‘Help!’가 옳으냐 ‘Help me!’가 옳으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어느 영국인은 ‘Why the heck would you worry about correctness at a time like that?’(도대체 그런 상황에서 옳은 문장인지를 왜 따지는가?)이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우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면 두 가지 표현 모두 맞다. 문제는 정말로 다급할 때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원어민들은 이런 식의 조심스러움이 영어 발전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언어가 생명체라면 거기엔 변이도 있고 발전도 있으며 질병도 있을 텐데 하물며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사용하려고 할 때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국인 학생은 ‘잠자러 갔다’를‘I went to bed’라고 배웠는데 한국인처럼 방바닥이나 마루 바닥에서 잠자게 되면 ‘I went to floor’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단어 그대로 번역되는 것이 아니다. ‘go to bed =잠자리에 들다’라는 관용구이기 때문에 어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관사 없이 쓰이는 보통 명사가 ‘동작의 상태’를 암시한다. 누군가가 대학에 다니고 있다면 미국인들은 ‘She is in college’라고 말 할 것이다. 즉 지금 캠퍼스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다닌다’는 뜻이 된다. 비슷한 이유로 호주나 영국인이 미국에 와서 혼란을 겪는 일도 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말을 미국인들은 ‘He was taken to the hospital.’라고 말하는 반면 영국 문화권에서는 정관사 ‘the’없이 그냥 ‘to hospital’이라고만 한다.

한편 미국의 서부에만 있는 ‘free way’라는 고속도로를 동부인들은 잘 모른다. Freeway라고 해서 제한 속도가 없다거나 통행료를 받는 ‘tollbooth’가 없어 공짜(free)라는 뜻이 아니다. Freeway는 1930년경부터 인근 도로에서 진입하기 어려워 쓰이기 시작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천 공항에 이르는 도로는 일단 들어서면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Airport Freeway라고 부르는 것이 미국식인 셈이다. 남에게 시간을 물을 때에도 영국 쪽은 ‘Have you got the time?’이라고 하지만 미국인은 ‘Do you have the time?’혹은 ‘What time do you have?’라고 묻는다.‘Your dinner is getting cold.’와‘Your dinner is going cold.’에서 getting을 사용하는 쪽은 미국인들이다. 문법상 맞는다고 해도 각기 쓰임이 다르고 느낌도 다른 것은 언어가 문법 이상의 다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법으로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리 효과적인 학습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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