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 미사일방어(MD) 구축 계획의 일부를 취소했다. 러시아와의 추가 핵무기 감축 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는 2020년대 초반까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중장거리 요격용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취소한다고 15일 밝혔다. 미국은 4단계에 걸쳐 유럽 MD망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으나, 마지막 4단계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제임스 밀러 국방부 수석차관보는 "3단계는 폴란드에 중단거리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4단계는 '스탠더드미사일(SM)-3 IIB'라 불리는 중장거리 요격미사일을 일부 추가 배치하는 것이었다"면서 "1∼3단계 계획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미국 군축연합의 톰 콜리나 연구국장은 "4단계를 취소해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위한 추가 협상이 가능하게 됐다"고 환영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핵탄두를 가장 많이 보유한 1, 2위 국가이며, 양국은 2018년까지 전략핵무기를 1,550개까지 줄이기로 2010년 합의했다.
유럽 MD 계획은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했으나 러시아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러시아는 유럽 MD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핵무기 추가 감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압박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부시 정부의 계획을 수정해왔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유럽 MD에 들어갈 돈을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는 데 쓰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빨리 진전된 북한의 미사일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 등에 2017년까지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14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요격 체제는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이미 배치된 미사일 30기 수준에서 50% 증대된다. 헤이글 장관은 또 북한에서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새 레이더 시스템(TRY-2 레이더)을 일본에 배치키로 했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 발사용 SM-3 프로그램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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