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관계가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오바마는 14일(현지시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통화 내용과 관련, 미국은 미중 협력시대를 논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은 평등과 상호 존중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설명은 적극 구애에 나선 오바마에게 시진핑이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양상으로 비친다. 실제로 시진핑은 오바마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먼저 통화해 "러시아는 항상 중국 외교의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중러 3각관계가 미중이 아닌 중러의 밀월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날 통화에서 아시아와 세계의 경제ㆍ안보 현안에 대한 미중 실질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협력 확대를 위한 정기적인 고위급 대화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다음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다음달 중국에 파견돼 현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악관의 설명은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기 위한 모색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중국의 분위기는 미국과 달랐다. 관영 매체들은 시진핑이 오바마에게 오히려 평등과 상호 존중의 정신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중미가 평등한 대화를 견지해야 하고 경제 무역 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호 존중과 개방, 포용의 정신에 근거할 때만 중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큰 일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태평양이 진정 태평한 바다, 협력의 바다가 되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미국은 시진핑이 이끌 향후 10년이 이전의 중국과 다를 것으로 기대하며 그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시진핑이 지난해 2월 미래 지도자 자격으로 방미했을 때 의전과 격식을 중시하는 중국식으로 극진히 예우했다. 오바마 2기 각료들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아시아 순방을 자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오바마의 구애에 화답하기 보다 오히려 첫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하는 등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날 시진핑이 오바마보다 푸틴과 먼저 통화한 사실을 앞세워 소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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