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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지연·학연 안 통하네"… 향판 많은 대구 '서릿발 판결' 유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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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지연·학연 안 통하네"… 향판 많은 대구 '서릿발 판결' 유명 왜?

입력
2013.03.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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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판(지역법관)문제와 전관예우 논란이 최근 법조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의 최 고위 관계자가 "향판이 가장 많은 대구가 양형은 가장 세다"고 언급해 '대구 향판'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구 지역은 지역법관이 가장 많은(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지만 지역변호사와는 밥도 먹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대구 법원의 양형은 전국에서 가장 센 편"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고등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향판은 대구고법판사 17명 중 15명, 지원을 포함한 대구지법 부장판사 37명 중 31명이나 된다. 어느 지역보다도 향판 비율이 높다. 부패나 선거사범을 주로 맡는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장도 향판이다. 다만 대구고등법원 형사부 재판장은 서울 등 외지출신이 주로 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 있다.

한마디로 혈연ㆍ학연ㆍ지연으로 대구법관들이 인간관계의 유혹에 얽히기 쉬운데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향판이 엄하기로 소문났다?

대구지역의 양형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찾기 어렵다. 대구 고ㆍ지법이나 대법원에도 지역별 양형 실태를 조사ㆍ분석한 통계자료는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대구지역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법원이 제대로 본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구에서 10여년간 개업중인 변호사 A씨는 "마약류 사범들 사이에 '잡혀도 절대 대구에서 잡히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것도 대구에서는 실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지인과 연루된 사건이라고 쉽게 봐주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에 비해 좁은 바닥이라 봐 주고 싶어도 하나의 재판부에 같은 변호사의 사건이 여러 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관출신 변호사라도 일일이 봐 주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직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주요 경제사범에 대한 변호를 맡았을 때 법원 주변에서는 '불구속'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구속되면서 지역 법조계를 놀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장판사나 부장검사급,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서도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0년 경력의 변호사 B씨는 "동기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자 아예 형사사건 수임을 중단하는 변호사도 보았다"며 "이런 분위기가 아무래도 무거운 양형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한다"고 해석했다.

서울 다음으로 법조 역사가 길고, 보수적이면서 체면을 중시하는 지역 법조사회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호사 C, D씨는 "대구 출신의 대법관이 퇴임한 뒤 고향인 대구에서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생각하면 서울이 훨씬 낫다. 친구들 있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겠다는 뭐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이것이 지역사회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법조윤리확립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 E씨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봐 주면 좁은 지역사회에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강한 양형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변호사 F씨는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민사재판 증인신문을 할 때 변호인은 서서 질문하고 서서 받아 적었다"며 "대구는 예나 지금이나 판사가 입장하거나 할 때 일어서서 기본적인 예를 차리지만, 질문 등을 할 때 앉아서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양형의 엄밀함과 연결된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대구에서는 전관예우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줄어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 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구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전관 변호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의 '승률'도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사회분위기가 전관집중현상을 초래하고, 오랜 현직 경험을 바탕으로 승산이 높은 것만 골라 수임하는 등 '어장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 밥도 같이 먹지 않을까?

변호사 G씨는 "고교 동창회 같은 경우는 모르겠지만 판사에게 선물을 한다든지, 인사가 났다고 식사를 하자는 일은 거의 없다"며 "심지어 고교 동기동창, 연수원 동기라도 사건이 계류돼 있으면 '끝나고 보자'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ㆍ경북은 합쳐서 인구 520만명 지역으로 변호사는 3월 현재 409명. 전국 어느 지역보다 변호사 수가 많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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