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월 된 남자아이가 납치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돼 수도권 경찰에 비상이 걸렸으나 30대 아버지가 부모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 공범들과 짜고 벌인 자작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전 11시15분쯤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26개월 된 손자가 납치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납치범들로부터 돈 2억원을 준비하라는 협박전화도 받았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성남중원경찰서는 강력팀 전원을 비상 소집해 추가로 걸려올 협박전화에 대비하는 한편 서울청, 인천청 등에도 상황을 전파하고 언론사에도 보도자제를 당부했다.
신고자의 아들 허모(35)씨는 경찰에서 "오전 9시50분쯤 부모님 집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마스크를 한 남성 3명이 나타나 흉기로 위협한 뒤 내 차로 아들을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약국 아들이 아니냐며 납치했다"는 허씨의 진술로 미뤄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범행으로 보고 용의자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아파트 CCTV에 납치상황이 전혀 찍혀있지 않고 경찰 조사 이후 허씨가 신고를 한 부모에게 화를 낸 점 등에 따라 자작극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쯤 허씨가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는 것을 보고 허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허씨는 경찰에서 "1억3,000만원의 빚이 있어 부모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 일을 벌였다. 돈만 받아내려 했는데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협박전화를 건 공범 2명은 허씨가 인터넷을 통해 범행에 가담하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건네주고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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