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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파·학술파·자활파·친목파… 성향·취향따라 '각개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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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파·학술파·자활파·친목파… 성향·취향따라 '각개 약진'

입력
2013.03.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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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망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지난달 16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회원들과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고,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과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같은 날 숭의동지회 최청하 사무국장은 서울역 앞에서 열린 탈북자 지원 단체의 문화행사에 참석했고,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이애란 원장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식당에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북한 음식을 만들고 팔았다.

이날 각 단체의 움직임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탈북자 단체의 다양한 성격을 보여준다. 탈북자 단체는 크게 정치적 단체와 비정치적 단체로 나눌 수 있다. 정치적 단체 중에서도 직접 행동을 위주로 하는 단체가 있고, 학술 활동에 중점을 둔 곳이 있다. 비정치적 단체는 주로 친목 교류에 초점을 맞춘 단체와 영리활동에 뛰어들어 자활을 모색하는 단체로 구분된다. 각 성격을 대표하는 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나봤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부패·세습 비판 전단 북송… 北 인민들에 실상 폭로 주안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서 피를 흘린 사람들이 같은 민족인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오히려 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증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상학(45)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한국의 진보 세력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책공대를 나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지도원으로 일하던 그는 1999년 가족과 함께 탈북, 2007년 이 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북한을 탈출한 인텔리(지식인)라면 당연히 이런 일을 해야 한다"며 "북한 인민들이 너무 속고 있으니까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탈북한 후 삼촌 둘이 고문으로 사망하고 사촌들은 행방불명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개인적인 분노도 있다"고 말했다.

1993년 북한에 있을 때 남쪽에서 보낸 '삐라'를 받아본 적이 있다는 그는 "미스코리아 얘기랑 남한이 잘 산다는 내용만 있고 우리가 왜 못 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며 "내가 보내면 이렇게 안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대북 전단은 김정일의 호화롭고 방탕한 생활을 폭로하는 등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통일 논의에 생각 보태려 싱크탱크 역할 자처 의욕

"남한에서 우리는 조사 대상일 뿐, 우리의 생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김흥광(53) 대표는 NK지식인연대를 탈북자들의 싱크탱크라고 소개했다. "통일 논의에 북에서 살아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체제 변혁이라는 목표는 다른 단체들과 같지만 우리는 강경한 구호가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한다."

김책공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함흥 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학과장)으로 일하다 2003년 탈북했다. 한국에 정착한 후에도 북한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2008년 NK지식인연대를 결성했다. 2년제 대학 이상 졸업 학력자인 회원은 엔지니어 교수 의사 기자 등 다양한 직종 출신의 340명이다.

한국 사회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하는 일이 주요 활동이다. NK지식인연대는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소식을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알렸으며, 저장된 내용이 일정 시점까지 표시되지 않는 '스텔스 USB'를 개발해 북한에 외부 정보를 들여보내기도 했다.

최청하 숭의동지회 사무국장1만여 회원의 소통 창구… 남한 정착 지원 등 활동

"1년에 사망하는 탈북자가 40명 정도 되는데 우리한테 제일 먼저 보고된다. 화환도 보내고 무연고자의 경우 장례를 위해 지원 기관에 연결한다."

최청하(66) 사무국장은 숭의동지회가 탈북자들의 소통창구라고 했다. 회원수는 약 1만명.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15곳에 지부도 있다. 1980년 만들어진 숭의동지회는 최초의 탈북자 단체로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 매년 전국 지부를 순회하며 안보 및 정착교육 행사를 개최한다.

2005년부터 10년째 이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 국장은 "단순 친목단체가 돼선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결혼 중개와 직업 소개 등 정착지원 활동을 벌여봤지만 조건 맞추기도 힘들고 성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착 성공사례 발표 모임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 국장은 "각 지부의 추천을 받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발굴한 모범 탈북자들이 강연을 한다"며 "청소업체를 꾸려 한 사람이 매달 300만원씩 버는 탈북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北 전통음식 복원·요리 교육… 탈북 여성 일자리 창출 한몫

"탈북자들도 정직하게 일해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애란(49)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음식을 매개로 탈북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탈북자 중 여성의 비율이 70%인데 적응에 실패해 유흥업소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탈북 여성들의 정착을 위해 건강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신의주경공업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식품품질감독원으로 일했던 이 원장은 1997년 탈북, 한국에서 우수 보험설계사로 뽑히는 등 정착에 성공했다. 이화여대 장학생으로 선발돼 식품영양학 박사학위(탈북여성 1호)를 받기도 한 그는 2008년 실향민 기업인의 후원으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열었다. 북한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요리교육도 했다. 지금까지 연구원을 거쳐간 탈북자는 300명 정도.

지난해에는 연구원 건물에 북한음식 전문 식당인 능라밥상을 열었다. 이 원장은 "연구원 운영경비를 일부 보태기 위해 식당을 열게 됐지만 아직 수익은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직원들과 함께 월급을 받는데 월급을 200만원까지 올리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구소가 자활단체지만 북한 인권 시위에 나선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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