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 영화의 단골 스토리는 실종돼 생사여부를 모르던 형제나 가족이 수년 후 다시 만나 재회하는 내용이다. 영화 제작자들과 관객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구 12억명의 나라 인도에서는 매년 6만명의 어린이들이 사라진다. 8분마다 한 명씩 아이들이 사라지는 셈이다.
부모의 품에서 떨어진 아이들은 농장이나 공장, 때로는 성매매 업소로 빠진다. 지텐드라 싱 내무장관은“2011년 한해 동안 실종 어린이들 중 2만,2000여명은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는 몇 년전까지도 무관심속에 방치돼 있었다. 어린이 노동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었다. 그러다 2006년 뉴델리 교외 한 사업가의 집에서 소녀 17명의 뼈가 발견되면서 일대 전환을 맞았다.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를 계기로 어린이 납치와 강제노동이 국가적 이슈가 됐다.
그렇지만 인도에서 아동실종은 여전히 심각하다. 두 명의 십대 딸을 키우는 나구라준은 “지난해 뉴델리에서의 여대생 집단 윤간 사건 이후 대다수 딸을 가진 부모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내 딸들이 학교에서 집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걱정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종된 아이들은 대부분 범죄단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유괴 범죄단체들은 대도시인 델리와 뭄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지역으로 이주한 아이들은 영구 거주지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또 가난해서 인신매매범들의 좋은 타깃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는 중개인의 꼬임에 빠지기도 한다.
인도 경찰 관계자는“자녀들에게 돈을 벌어오라며 내보내는 부모들도 있다”며 “몇 달이 지나도 아이들 소식을 못 들은 부모들은 그때서야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적으로 최소 550만명의 어린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고 본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자국에서만 500만~1,200만명의 어린이들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문제의 심각성이 현안으로 대두되자 인도 정부는 14살 미만 어린이의 고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부모가 자녀를 팔아 넘기는가 하면 공무원들이 인신매매에 가담하는 등 사회적 악습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인도 검찰이 수사한 어린이 납치 사건은 2만5,000건에 불과하다. 강제노동 혐의가 인정된 고용주도 3,394명 뿐이다.
전문가들은 실종 어린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어린이 유전자(DNA) 데이터 은행’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호세 로렌테 법의학 교수는 “많은 아이들이 실종되는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불법 입양과 유괴를 막기 위해 중남미의 과테말라처럼 DNA 데이터 뱅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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