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에서 330억 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설립자 이홍하씨가 자신이 설립한 다른 대학 3곳에서도 거액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결과 이씨는 한려대와 광양보건대 신경대에서 모두 567억 원을 횡령했다. 역대 사학 설립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빼돌렸다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교과부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가히 '사학 비리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하다. 교직원을 교수로 임용하는 것처럼 조작해 봉급을 가로채고, 심지어 교직원들이 노후에 사학연금 타려고 부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빼돌린 돈은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부지 매입 등 다른 대학의 설립비용으로 충당하거나 개인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썼다. 이사회를 열지 않고도 연 것처럼 회의록을 엉터리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씨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학교법인 7개와 대학 5개, 고교 3개를 세웠다. 이번 감사는 2007~2012년을 대상으로 했다니 이전을 포함하면 횡령 액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되리라 짐작된다. 이씨의 비리는 오래 전부터 저질러졌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900억 원에 달하는 학교 돈을 빼돌리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곪을 대로 곪아 악취가 진동한 뒤에야 뒤늦게 감사를 해서 밝혀낸들 대학은 이미 회복불능의 상태에 놓여버렸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관련해 검찰이 이씨가 교과부 등 정ㆍ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의 서남대 부속병원 압수수색에서 교과부 직원 등 공무원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서남대 부실을 따지는 질의내용이 사전에 이씨에게 흘러 들어가 이씨가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읍소하는 일도 있었다. 교육당국과 이씨가 유착돼 있지 않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와 별개로 교과부는 자체 감찰을 벌여 유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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