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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냄새 대신 사람냄새 폴폴~ 가슴으로 느끼는 서울 맛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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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냄새 대신 사람냄새 폴폴~ 가슴으로 느끼는 서울 맛을 담다

입력
2013.03.1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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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서울 구경꾼을 위한 쏠쏠한 가이드북? 아니다. 환장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거나 식도락의 절대고수들만 안다는 숨어 있는 집을 정리한 책도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 접대하기 좋은 음식점 목록"의 혐의가 짙은 '서울시 선정 자랑스런 한국 음식점' 일람도 물론 아니다. 종로 빈대떡, 마포 돼지갈비, 을지로 골뱅이 등등. 누구나 다 아는 서울의 대표적 먹거리를 통해 서울내기의 삶을, 서울이란 도시의 뱃속을 들춰본 이야기 묶음이다. 그래서 제목은 음식이 아니라 .

종로 1가 해장국집 청진옥. 거대한 주상복합건물 1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모습이 무척 옹색스럽다. 주변이 통째 재개발되면서 그리 됐다. 시간을 40년만 뒤로 감아보자. 신축됐거나 신축 중인 거대한 빌딩에 깔려 이제 이름조차 생소한 청진동 골목, 그곳에서 새벽에 먹는 해장국이란 이런 것이었단다.

"이동의 자유를 얻는 새벽 4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도시의 아침을 여는 거리가 바로 해장국을 내는 청진동 골목이었다. 밤새 기사 쓰고 나온 광화문 일대 언론사 기자들, 철야한 노동자들, 밤새워 술을 마셔 댄 글쟁이들, 통금에 걸려 잡혀 있던 사람들, 주변 여관에서 자고 나온 사람들 그리고 밤새 클럽에서 춤을 추다 나온 고고족이며 유흥업소 종사자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친 속을 풀었다."(217쪽)

책엔 음식을 따라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이 담겼다. 동대문의 닭한마리 골목은 이제 일본인 관광객의 차지가 됐고, 을지로 인쇄노동자의 '대충 안주'였던 골뱅이는 화이트칼라의 생맥주 회식에 따라붙는 값비싼 '사이드 디쉬'가 됐다. 인천, 안양 사는 삯일꾼들이 막차 놓치고 화풀이 삼아 먹던 영등포 감자탕 골목은, 저자들이 취재를 마치자마자 재개발로 사라졌다. 어쩌면 머잖아 서울역사박물관에서나 찾아야 할 진득한 서울의 풍경들이, 소주가 찰랑이는 술잔과 함께 술상, 아니 책장에 올라와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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