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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떠났지만 처참한 삶… 200만 시리아 난민 피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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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떠났지만 처참한 삶… 200만 시리아 난민 피눈물만

입력
2013.03.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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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7만명, 국내외 난민 200만명, 경제적 피해 2,200억달러.

15일로 2주년을 맞는 시리아 내전 사태가 낳은 피해다. 하루에 100명 가까이 숨지고, 전체 인구 2,250만명 중 10%에 가까운 200여만명이 고향을 떠나 떠돌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의 앤 버나드 기자는 시리아 내전 2주년을 맞아 레바논 국경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인 베카 계곡을 잠입 취재했다. 그곳에서 난민들의 고단한 삶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동북부 방향인 시리아 국경까지 약 70㎞를 달려 베카 계곡에 도착했다. 검문소 2곳을 통과해 베카 지역의‘Qaa’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장갑차 주위로 중무장한 레바논 군인 6, 7명이 그를 감시했다.

시리아 난민들의 삶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버나드는 “이곳에는 폐허가 된 학교, 외벽이 뚫린 건물, 약한 바람에도 날아갈 것 같은 임시 판잣집, 가축우리를 개조한 움막집들이 있을 뿐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며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이 더 어려운 삶을 살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난민 진료소를 운영중인 엘리안 나스라하는 “내전을 피해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국경을 넘어온다”며 “그들에게 의료와 담요를 지급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유엔은 레바논에 30만5,000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들이 있다고 추정하지만 실제는 40만명이 넘어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레바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로 부각한 지 오래다. CNN방송은 시리아 난민문제가 나선형을 그리며 통제력을 벗어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요르단 터키 레바논 이라크 등 주변국으로 흩어진 시리아 난민은 100만명을 넘었다. 내전으로 인한 희생자는 7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난민은 여전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주변국도 이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주변국들은 난민이 유입하면서 생기는 물가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레바논은 인구의 10%, 요르단은 5%가 늘었다. 터키 당국은 17개 캠프에 600만달러(65억원)를 썼다. 요르단은 물, 에너지, 의료ㆍ교육 서비스의 한계를 호소한다. 주변국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1월 후원자들이 유엔의 단기 긴급사업에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금액은 현재까지 20%에 그쳤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국제아동기금(UNICEF)는 요르단 북부와 시리아 국경에 위치한 자타리 난민캠프에 화장실, 샤워실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후원금은 9%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은 “국제사회가 보여주는 인도주의의 손길은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며 “난민은 자신들을 받아준 주변국과 인도주의 단체가 언제까지 너그러울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리아 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베카 계곡으로 탈출한 난민 아흐마드는 지난해 여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맨 몸으로 고향 땅을 떠났다. 가족과 옷 몇 점, 그리고 신분증만 챙긴 그는 돈이 없어 이웃에게서 200달러를 빌려야만 했다. 아흐마드는 “200달러도 통행세 명목으로 국경 초소 군인들에게 건네 줘 돈 한푼 없다”며“옷도 없고 먹을 것도 지원되지 않아 하루하루 삶이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국제민간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시리아 출신의 하산은 “만성적인 질병과 암 등에 걸린 환자들이 시리아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다 난민 캠프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사인 하산은 2006년 시리아 내 이라크 난민 캠프에서 치료를 해주었으나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자신이 이라크에 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며 의료활동도 겸하고 있다. 하산과 아내는 지난해 5월 두 젖먹이 자녀들이 울지 못하게 수면제를 먹인 뒤 국경을 넘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지만 현지에 도착해서도 난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화장실과 음식, 일자리 등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레바논으로 피란한 암니아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야 할 지를 몰라 전쟁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리아 사태는 점차 세계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내전은 이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적 양상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이란 터키 이스라엘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마저 얽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나 보스니아, 소말리아 꼴이 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온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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