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자녀를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대거 입학시켜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중학교가 진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경제적 사배자 학생에게는 전혀 배려가 없어 학생들의 부적응과 상처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대원국제중에 딸 A양을 경제적 사배자 전형(차상위 계층)으로 보낸 학부모 B씨는 14일 "학교가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아이들을 노출시켜 딸이 3년 내내 왕따를 당하면서 학교를 다녔다"며 "이럴 거면 왜 사배자를 뽑느냐"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학기 초 학교 측이 반 배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돌린 회람을 통해 A양이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B씨는 "70% 학비 감면을 받는데 딸 이름 앞에 '70%'라고 적혀있었다"며 "이후 딸의 별명이 '70%'가 됐다"고 말했다. 36만원(일반전형은 120만원)이 찍힌 분기별 수업료 영수증도 학급회장을 통해 나눠줘 경제적 사배자라는 사실이 반 아이들에게 알려지게 했다. B씨는 "애들이 뒤에서 사배자라고 수군댄다고 딸이 힘들어 했다"고 호소했다. 교육당국은 저소득층 학생의 신원 노출을 막도록 교육비 지원 신청도 학교가 아닌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하도록 제도를 변경했지만 학교는 이 같은 배려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과학고 진학이 목표였던 A양은 "국제중에 가면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당시 담임교사의 추천에 대원국제중에 지원했다. 사업 부도로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B씨에게 교사는 사배자 전형을 추천했다. 그때 교사가 보여준 '사배자 전형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학생을 발굴해 주기 바란다'고 서울시교육청의 공문을 B씨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A양은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영어로 하는 교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고, 따라다니며 놀려대는 친구들 때문에 옆 건물의 대원외고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수업료와 기타 학비 등으로 연간 1,000만원이 넘게 드는 국제중과 외국어고,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정도 비싼 자사고 등은 부유층 자녀들이 몰려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만큼 경제적 사배자들이 느끼는 위화감은 더 심하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된 후 학생들 간 경제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사배자 학생들이 주눅드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어려운 형편에 50만~100만원을 만들어 담임인 C 교사에게 수차례 건넸고 "왕따시키는 애들 좀 혼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C 교사는 '나는 말단이다. 내 마음대로 아이들을 혼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B씨는 덧붙였다. A양이 학교를 졸업하던 해 B씨는 시교육청에 민원을 넣었고, 시교육청은 240만원을 받은 C 교사에 대해 해임을 요구했지만 학교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다. 대원국제중 관계자는 "누가 사배자인지 모르게 하기 위해 조심하고 있으며, 징계를 감경한 것은 3년 연속으로 평가 1등을 한 교사여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탄원서를 내줘 이를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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