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내 개혁파로 평가받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전 중앙조직부장이 중화인민공화국 부주석 자리에 올랐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심복으로 지난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다 고배를 마셨던 그가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함에 따라 권력구도에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는 14일 4차 전체회의에서 리 전 부장이 찬성 2,839표, 반대 80표, 기권 37표를 얻어 국가 부주석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가 부주석은 지난 5년간 시진핑(習近平) 신임 주석이, 1998~2003년에는 후 전 주석이 주석이 되기 전 맡았던 자리다. 특히 시 주석이 국가 부주석이었을 당시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 서열 6위였다. 리 전 부장은 지난해 11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에서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 유임에는 성공했지만 7명의 상무위원 진입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리 신임 부주석의 선출은 그가 사실상 당 서열 8위가 됐다는 얘기다. 이로써 리 신임 부주석은 2017년 가을 열릴 19기 1중전회에서 상무위원으로 등극, 차기 최고 지도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리 신임 부주석의 선출은 개혁파가 힘을 얻게 될 것이란 신호로 풀이된다. 그 동안 국가 부주석에는 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상무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리 신임 부주석이 후 전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의 핵심 인사인 반면 류 상무위원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지원을 받는 보수파이기 때문이다. 국가주석 선거에서 반대표가 1명에 불과했던 반면 국가 부주석 선거에서 반대표가 80표나 나온 것도 그 만큼 경합이 치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 신임 부주석의 선출 과정에서 시 신임 주석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시진핑 시대의 정치 개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리 신임 부주석은 홍콩·마카오공작협력소조 조장과 외교ㆍ안보 정책 입안 기구인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부조장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임 주석이 부주석 때 맡은 역할이다.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는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북중 관계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그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리 신임 부주석은 2011년 6월 북한을 방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우리나라는 2003년 온 적이 있다. 1950년 장쑤성(江蘇省) 롄수이현(漣水縣)에서 태어난 리 신임 부주석은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78년 입당한 후 공청단 상하이시 서기, 문화부 부부장, 장쑤성 부서기, 중앙서기처 서기 등을 역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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