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를 14년간 통치하다 암 투병 끝에 5일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시신을 영구 보존하려던 베네수엘라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13일 “차베스의 시신을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마오쩌둥처럼 방부 처리해 영구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는 시신 방부 처리를 사망 직후 시작했어야 했는데 영구 보존 결정을 너무 늦게 내려 적절한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마두로는 설명했다. 차베스 시신 영구 보존 계획은 사망한 지 이틀 후 확정됐다.
마두로는 “러시아와 독일 등 세계 방부 처리 기술자들을 모두 불렀지만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며 “차베스 사후에도 지지자들이 영원히 그를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차베스의 시신은 현재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군복과 붉은 베레모 차림으로 수도 카라카스 군사학교 유리관에 안치된 채 전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곳의 전시가 끝난 후 차베스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근처 군박물관에서 영구 전시할 계획이었다. 만약 계획이 실행됐다면 차베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열한번째로 미라가 되는 세계 지도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차베스가 후임자로 지명한 마두로 등 집권 세력이 막강한 지도자였던 차베스의 후광을 계속 유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차베스 역시 생전에 “인간을 방부 처리하는 것은 윤리적 부패이자 시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추모 열기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다음달 14일 치러지는 대통령 재선거를 향한 선거전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 후보인 마두로와 야권 통합체 민주통합원탁회의(MUD) 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주 주지사가 최근 후보 등록을 마쳤다. ‘차베스의 아들’을 자처하는 마두로는 차베스의 이상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내세우며 차베스 추모 분위기에 편승하는 양상이다. 카프릴레스는 “정치적 이유로 시신까지 이용한다”며 비판해 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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