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탄생했다. 13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은 추기경단 비밀회의(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제266대 교황으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이 선출됐음을 세상에 알렸다.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다.
이번 교황 선출은 의외였고 파격이었다. 1,282년 만에 유럽권 외부에서 교황이 탄생했고, 미주지역에서는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교황 선출이 가진 상징과 의미는 각별하다. 가톨릭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역할, 12억 신자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지극히 마땅하고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새 교황은 성직기간 대부분을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가난한 자를 돌보는 목자로 활동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겸손과 청빈으로 봉사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교황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하다 모든 재산을 버리고 수도사로서 청빈과 박애로 살아간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가톨릭교계와 세계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세계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교황이 되리란 높은 기대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가톨릭교회에는 많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갈가리 찢어지고 있는 교회를 통합해야 하고, 비리와 부도덕으로 추락한 바티칸 관료들과 성직자들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점점 자본주의에 세속화되어 가는 교회를 개혁해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게 안식과 위안을 주는 복음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교회가 가톨릭 신자들과는 물론, 다른 종교, 사회와의 소통도 넓혀야 한다. 1,282년 만의 제3세계 교황 탄생은 이런 사명을 다하라는 예수의 복음일 것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전쟁, 가난과 불평등, 종교와 이념의 갈등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 교황을 맞이하는 전 세계 모든 가톨릭 교회가 본래의 사명인 빛과 소금으로 이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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