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정한 즉위명은 프란치스코(Francis)다. 청빈과 헌신의 상징인 중세 가톨릭 사제 성(聖) 프란치스코(1182~1226)에서 따온 것으로 교황이 가톨릭 교회의 12억 신자를 이끌고 나갈 방향을 대변하는 이름이다.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서 태어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라고도 불리는 성 프란치스코는 평생을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했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방탕한 삶을 살던 그는 20세에 종교적 회심을 경험한 뒤 모든 재산을 버리고 평생 수도의 길을 걸었다. 1209년 제자 11명과 함께 청빈한 삶을 실천하는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가톨릭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 세속화한 로마 가톨릭교회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켰다. 1224년에는 기도 중 몸에 성흔(聖痕ㆍ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생긴 다섯 군데 상처)이 생기는 기적을 경험했다. 선종한 지 2년 만에 그는 교황 그레고리오 9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됐다.
교황이 수도회를 창시한 성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택한 것은 교회가 본래의 가난하고 낮은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보인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그의 즉위명을 두고 "새 교황의 소박함과 박애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은 "감격스럽다"는 말로 교황의 선택을 반겼다.
그러나 프란치스코가 265명의 전임 교황 중 누구도 선택한 적이 없는 즉위명이다보니 교황 선출 직후 세계 언론은 1세를 뜻하는 로마 숫자 Ⅰ을 덧붙여야 할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바티칸 공식 뉴스사이트의 영문판도 '프란치스코 1세'(Francis Ⅰ)라고 표기했지만 교황청은 '프란치스코'가 올바른 즉위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2세가 나온 뒤에야 프란치스코 1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롬바르디 대변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한글 표기를 두고 '프란치스코'와 '프란체스코'를 혼용하는 혼선이 있었으나 한국 주교회의 견해에 따라 프란치스코로 확정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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