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마케팅의 불문율이 바뀌고 있습니다. 불황 타개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총동원되면서 고급 수입화장품=백화점 1층, 저가화장품=가두매장이라는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지요. 백화점 1층 대부분을 붙박이처럼 차지하고 있던 고가 화장품들이 2층으로 이동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매장으로 옮겨가는가 하면, 아예 백화점을 뛰쳐나가 가두매장으로 입점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샹테카이, 달팡, 로디얼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2층으로 이동시키고 '노블리티 코스메틱 존'을 따로 구성했습니다. 여기에는 조말론, 바이레도 등 고급 향수 매장까지 결합시켜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노에사, 스위스퍼펙션 등 고급 화장품은 고가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이스트관(명품관) 1층에서 판매합니다. 같은 1층이긴 하지만 기존 화장품 매장과는 완전히 분리한 것이죠. 랑콤이나 크리스찬디올, 에스티로더 등 기존 유명 브랜드가 부진하지만 오히려 인지도가 낮은 해외 고가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층에는 대중성 있는 브랜드를 남기고 고소득층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따로 분리하는 겁니다.
반면 백화점만을 고집하지 않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색조브랜드인 부르조아와 스틸라는 드러그스토어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이미지가 가격을 결정하는 화장품인 만큼 백화점이 중저가 드러그스토어로 확장하는 것인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그만큼 판매가 어려웠음을 방증하는 것이죠. 또 최근에는 이마트 분스에서 병행수입 등을 통해 SK2, 로레알, 비오템 등을 15~2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수입 브랜드의 문턱을 낮췄습니다.
이런 가운데 불황 속에서도 잘 팔리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나 국산 화장품들이 백화점 1층이나 지하로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더페이스샵은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44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발효화장품 숨도 신세계 4개 매장에 동시에 입점했고요. 중저가 색조브랜드 VDL,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도 올 봄 속속 백화점 진출에 진출했습니다.
결국 소비 양극화와 백화점의 전략 변화가 맞물려 매장형태를 다양하게 변모시키면서 '고급 화장품 매장은 백화점 1층에 있어야 한다'는 마케팅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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