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A대는 총장이 클린카드로 매달 약 70만원의 직책수행 경비를 쓸 수 있는데도 학생들에게 걷은 기성회비로 월 160만원씩 판공비(특정업무수행경비)를 따로 주다 적발됐다. 총무과장에게도 매달 60만원씩 줬다.
또 다른 지방 국립대인 B대는 전 교직원 350여명에게 '복지개선비'로 20만원씩 지급하다가 걸렸다. 설과 추석마다 국고에서 명절휴가비가 나오는데도 역시 기성회비로 따로 챙긴 것이다. 이렇게 나간 돈이 모두 3억5,520만원이었다.
국립대들이 기성회비를 엉뚱한 곳에 쓰다 교육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의 국립대 25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7∼9월 실시한 기성회 회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기성회 회계로 써서는 안되는 급여성 경비를 쓰거나, 편법으로 선심성 복지비를 준 경우들이다.
가장 흔한 적발 사례는 부당 수당 지급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두 19개 대학이 법적 근거가 없이 수당이나 활동비 명목으로 교직원에게 총 16억9,961만원을 주었다. 원래 맡은 업무를 하는데도 운영수당, 사례비 등으로 총 2억4,418만원을 집행한 대학도 11곳이었다. 총장이 원래 살던 집을 관사로 지정해 관리비 1,086만원을 납부한 대학도 있었다.
이밖에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이미 써놓은 논문을 마치 새로 연구를 시작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서 연구비 250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액수는 크지 않으나 고의성이 있어 교수에 대한 경징계를 대학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번 점검으로 경징계(1명), 경고(112명), 주의(200명) 등의 조치를 했다.
기성회비는 초ㆍ중ㆍ고의 육성회비처럼, 국립대가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업료와 별도로 걷는 돈이다. 수업료에 비해 3~4배 많아 국립대 고액 등록금의 원흉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근거 법령이 없어 학생과 보호자는 기성회비를 낼 의무가 없다'고 판결해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립대의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고 금액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존폐 논란이 있어왔다"며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원지원을 늘리고 기성회비만 없애도 '반값 등록금'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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