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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첫 등장… 노란색으로 보이는 연기 피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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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첫 등장… 노란색으로 보이는 연기 피우기도

입력
2013.03.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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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이나마 지상에 교황이 없는 이 시기의 주인공은 굴뚝이다. 13일 가톨릭 신자 수천 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교황 선출을 고대하며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을 쳐다봤다.

CNN방송은 13일 교황을 선출하면 흰 연기, 선출하지 못하면 검은 연기를 피우는 시스티나 굴뚝의 역사를 조명했다. 교황제는 2,000년 가량 이어져온 로마가톨릭의 절대적 제도지만 18세기까지는 잠가둔 문과 창문을 열어젖히는 단순한 행위가 새 교황의 탄생을 알렸다. 산탄젤로성(城)의 대포를 발포하기도 했다.

400~500년대의 로마인들은 교황에 선출된 추기경의 집을 터는 전통이 있었다. 신의 대리인이 됐으니 지상의 물건은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교황으로 뽑힌 추기경이 잘못 알려져 엉뚱한 추기경의 집이 털리는 경우도 있었다.

연기는 19세기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 연기의 색깔을 대체로 노란색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그때는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연기를 피웠기 때문에 연기의 색깔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연기가 검은색과 흰색으로 분화한 것은 1903년 콘클라베였다. 사람들에게 선출 여부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검은 연기를 내기 위해 젖은 지푸라기를 투표용지와 함께 태우기도 했다. 연기 색깔 때문에 화학첨가물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58년이다.

1978년 콘클라베에서는 회색 연기가 피어 올랐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새 교황으로 뽑혔지만 사람들은 회색 연기에 헷갈려 선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에 교황청이 성 베드로 광장의 종을 울렸지만 바티칸에서 종은 늘상 울리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교황의 탄생을 알지 못했다.

교황청은 이번 콘클라베에 앞서 "연기 색깔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화학성분을 더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흰 연기에는 염소산 칼륨, 유당, 소나무 로진을 쓰고 검은 연기에는 과연소산 칼륨, 석탄 타르, 황 등을 쓴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두 개의 화로가 있다. 하나는 투표용지를 태우는 1m 높이의 원기둥모양 주철 화로로 아래쪽에서 불을 지피고 위쪽에 투표용지를 넣는다. 화로 윗부분에는 최근 교황 6명의 이름과 선출 날짜가 새겨져 있다. 그 왼쪽에는 화학물질을 태우기 위한 전기 화로가 있는데 2005년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할 때 처음 사용했다.

그렇다면 첨단과학의 시대에 굴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교황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CNN의 선임 바티칸 애널리스트 존 앨런은 "이런 비밀주의의 목적은 콘클라베 과정의 독립성"이라며 "기표된 투표용지의 세부사항이 공개되면 추기경들이 영향과 압력을 받게 되며 용지를 함께 태움으로써 그런 영향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표 검수자로 뽑힌 추기경들과 추기경회(會) 비서 등이 용지를 확인한 뒤 사적인 메모들과 함께 태우기 때문에 영원히 비밀에 부쳐진다.

콘클라베 첫날인 12일 교황 선출이 무산된 데 이어 13일 오전에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20세기 들어 소집된 콘클라베는 평균 3일이 소요되고 지난 100년간 5일 넘게 지속한 적이 없었던 점으로 볼 때 주말 이전 차기 교황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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