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연 아름답기만 한 판타지일까?
조금만 지나면 지치고 또 구질구질해지는 그 사랑의 맨얼굴을 다큐를 찍어내듯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 나왔다. 노덕(33)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실제 상처투성이인 우리 주변의 사랑을 그렸다. 비밀연애를 해왔던 은행 사내 커플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통해 영화는 사랑의 환상을 깨고 솔직한 본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는 장영이란 역을 맡아 극중 동희(이민기 분)와 질기고 힘든 사랑을 견뎌내야 했다.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민희는 당신에게 사랑은 뭐냔 질문에 "사랑이란 감정은 워낙 다양하고 오묘해 뭐라 섣불리 표현할 수 없어요. 시인이라면 모를까 제가 어찌 감히 정의 내릴 수 있겠어요"라고 답했다.
힘든 연애의 과정을 보여준 이 영화를 찍고 났으니 이젠 연애가 싫증 날만도 할 텐데 그는 어떤 생각일까. "연애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많이 배워서 이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애가 사실 힘들잖아요. 감정도 오르락 내리락 하고요. 그래도 연애는 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사랑의 설렘이 느껴지는 영화예요. 영화에서 영이 성장해 가듯 그 감정을 따라 위로를 받고 뭔가 기분 좋게 사랑에 대한 설렘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실 사랑으로 외롭고 힘들 때는 나만 힘들다 생각하는데 그게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고민이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는 지난해 '화차'를 통해 배우 김민희의 모습을 깊게 각인시켰다.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았고, 또 흥행이란 선물도 함께 안았다. '화차' 이후 그는 연기하는데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고 했다.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겼어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요. 그러다 보니 많은 신경을 쓰게 됐고요. 김민희란 배우에 대한 믿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화차'의 선영과 '연애의 온도'의 영이란 캐릭터는 연기에 있어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다. "선영이는 어떤 영화적 연기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는 신이 많았죠. 반면 영은 감정을 억누르며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했어요. 리얼한 멜로라 리얼한 연기가 필요했죠. 연기의 관습 같은 것 다 빼버리고 연기가 아닌 것처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화차' 변영주 감독에 이어 '연애의 온도'에서도 여성 감독과 만났다. "여성 감독을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에요. 두 감독을 제가 비교할 수 없고요. 두 분 다 좋았어요. 노 감독과는 현장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받았어요. 감독이 또래라 그런지 미운정 고운정 많이 쌓였어요. 학교를 졸업한 느낌이랄까. 많이 미워한 적도 있었고 함께 즐거워한 적도 있어 끝날 땐 마음이 많이 아렸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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