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똘이장군'이라는 만화를 기억한다. 아버지가 납북되고 어머니마저 아픈 구식은 아버지 친구를 사칭한 간첩에게 꼬여 서울로 전학한다. 똘이를 통해 늑대임이 밝혀진 간첩은 과학자인 숙이의 삼촌을 납치하고, 똘이와 동물친구들은 따발총을 든 붉은 늑대들에게 희생된 구식이의 뉘우침에 힘을 얻어 괴뢰군을 물리치며 자유대한 만세를 외친다.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 반공 아이들의 포스터에는 붉은 늑대와 돼지, 따발총이 단골로 등장했다. 이념적 잣대를 빼고 더 자세히 김일성의 악행을 알았더라면 지금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이념이 화두가 된 적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채 1분도 되지 않아 이념에 대한 논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입에서 독재와 민주화라는 화두가 힘을 잃은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친북, 종북, 우파, 좌, 수구 등등 의 화두가 일상적으로 쓰인다.
최근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 사이트는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했다. 그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들을 유머라는 방어막으로 또 애국보수라는 방어막으로 자행하고 있다. 자신을 좌파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실익을 앞에 둔 당파 싸움과 실패한 정책들을 고스란히 방치해두면서 오직 자신들의 신념만을 고집스럽게 외치고 있다. 이념이란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한 방향의 틀에 절대 맞출 수 없는 것이며 억지로 맞추는 것은 강요이자 폭력이다. 서로의 이념을 존중해주면서 각자가 노력해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은가? 한국처럼 종교를 배제한 무지막지한 이념전쟁을 하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화두가 던져지면 결과를 예상할 수 있듯 반으로 나뉜다. 늘 종북과 우익이라는 틀이 작용된다. 지난 대선 때 유명인들이 반여권 인사로 야권의 통합을 통해 변화를 제시했는데 그들의 본론과 상관없이 특정언론은 이분법적 구도를 이용해 그들의 이념적인 방향과 무관하게 좌파로 분류했다. 이로서 선거 전체가 좌우의 대립, 혹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되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대중매체는 적을 만들고, 애국으로 국민의 눈을 돌리고, 창의성의 다른 면으로 기업들이 청년들을 죽이고 있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종북좌빨', '애국보수', 고인을 능멸하는 여러 콘텐츠 등은 인기를 얻으며 확산되고 있으며 그 인기를 통해 대중을 정치적 이념 전쟁의 틀로 몰아 놓고 있다. 모든 화두를 '정치, 이념'화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가 제일 경계하고 있는 윗동네의 김씨 왕조 들의 정치 스타일과 본성이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치는 이념에 의해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념은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 정도다. 선거가 끝난 지금 선거 때 각 당에서 내놓은 슬로건이 이미 무색해진 지 오래지 않은가. 정치판에서 진짜 좌우는 없다. 여권은 우익, 야권도 좌익이 아닌 실익을 위한 집단을 뿐이다. 그러니 양분법으로 나누는 건 속단이다. 실제로 여당과 야당의 이념을 가지고 대치한 것은 작년 총선과 대선 때가 마지막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파는 끝날 줄 모른다. 전쟁은 끝났는데, 무기는 방치된 상태다. 이유도 모르고 지뢰를 밟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처럼 그 피해자는 우리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무차별적인 이념전쟁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고, 개인의 특성을 모두 지운 정치적 이념 편가르기가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미래는 암울하다. 이념이 눈을 가려놓은 국민들 앞에서 버젓이 정치와 상업주의가 결탁하고, 실패한 정치는 모두 국민들이 떠안을 제도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다. 권력을 잡기 위해 위기와 불안을 고조 시키고 수많은 빨갱이와 보수우익들의 탄생 자체가 매카시즘적인 프레임이 만연해져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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