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치러지는 2014학년도 수준별 수능을 앞두고 13일 고3들이 처음으로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뚜렷한 난이도 차이를 보였다. B형을 기존 수능 수준으로, A형을 더 쉽게 출제한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방침이나 B형은 종전 수능보다 약간 어렵거나 비슷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어는 난이도 차가 더 커 3등급 이내 상위권은 B형을, 4등급 이하 중하위권은 A형을 보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영어의 경우 어휘 수준과 지문의 길이에서 AㆍB형 난이도가 판가름났다는 평가다. A형은 지문을 읽으면서 동시에 독해가 될 정도로 글의 길이가 짧고, 어휘도 쉬운 편이었던 반면 B형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빈칸 채우기 문제가 A형(4문항)보다 3문항 더 나왔다. 이에 따라 3등급 이내 상위권은 B형을, 중하위권은 A형을 선택하는 것이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별로 선택이 나뉘는 국어, 수학과 달리 영어는 중하위권 학생까지도 어려운 B형을 선택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영어)는 “어려운 B형에 대학들이 가산점을 준다 해도 대부분 5~10% 정도라 중하위권에는 득이 거의 없다”며 “현재 영어 B형을 선택한 비율이 80% 정도 되는데 9월이 지나면 A형으로 바꾸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도 “주요 대학 대부분이 B형을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B형을 선택해야 하며, 중하위권은 국어와 수학 성적을 고려해서 이들 대학에 진학 가능성이 있다면 B형을, 그렇지 않을 경우 A형을 선택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B형을 보던 학생이 A형으로 돌릴 경우 평균 2등급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일단은 B형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영어는 수학과 달리 노력에 따라 점수가 오를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6월 모의평가까지는 B형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학은 A형의 경우 기존 나형(문과), B형은 가형(이과) 수준으로 출제됐다. 따라서 공부방법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A형을 선택한 문과 상위권 학생은 이번 시험의 21번(도형과 수열의 극한을 응용한 문제), 30번(수열의 최대값, 최소값을 묻는 문제)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A형을 선택해서는 주요 대학에 가기 힘든 이과 학생은 철저한 B형 대비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
국어는 A∙B형 모두 워낙 쉽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고, 난이도 차도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휘경여고 정모 교사(국어)는 “B형의 경우 출제범위인 독서와문법 Ⅱ에 표준발음법과 외래어표기법 등이 포함돼 있다”며 “무조건 외워서 푸는 20년 전 문제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이번 시험은 전국 1,944개 고교의 3학년 58만1,000여명이 치렀다. 영역별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 성적은 이달 말 개별 통지된다. 수능 문제를 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고 재수생까지 응시하는 모의평가는 6ㆍ9월 실시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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