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재우 이사장이 어제 자진 사퇴했다. 그의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박사학위 논문이 최종적으로 표절로 판정 받은데다, 때마침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물갈이' 발언이 나온 직후이기 때문이다. 선임 당시부터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 이사장은 그 동안 표절이 사실로 확정되면 책임지겠다며 버티어왔다. 그래 놓고는 정작 사퇴의 변은 표절이 아닌 "정치권의 이념적 갈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경이 무엇이든 우리가 김 이사장의 사퇴를 주목하는 이유는 MBC 문제와 직접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사장의 선임ㆍ해임 권한을 쥐고 있다. 새 이사장에 어떤 인물이 오느냐에 따라 사장 거취문제로 지금까지 내부갈등과 진통을 겪고 있는 MBC의 정상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김 이사장 체제의 방문진은 MBC 문제에 대해 직무유기를 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MBC 노조가 사장 사퇴를 놓고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이는 동안에도 팔짱만 끼고 있었고, 이사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업무보고조차 하지 않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MBC 감사 선임과 경영평가도 미루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감사원으로부터 "MBC와 김재철 사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사장이 주의조치까지 받았다.
형식상으로는 김 이사장 사퇴에 따른 보궐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당이 추천한다. 현재 방문진 이사의 구성으로는 이사장 역시 정부와 여당 측 인사가 맡게 된다. 이번만큼은 지나치게 정치편향적이고 전문성 부족한 인물이 아닌 이사장을 선임해 지난 정부 내내 몸살을 앓은 MBC 사태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 만약 이번 김 이사장의 사퇴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방송을 장악할 의도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거듭 천명했다. 방문진의 새로운 모습이야말로 그것을 증명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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