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톨 박' 박종길(67) 태릉선수촌장이 대(代)를 이어 박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특등사수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경호했다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관료로서 각종 체육정책을 집행한다.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1948년 정부수립이래 경기인 국가대표 출신이 차관 직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신임 박종길 차관은 1974년 8ㆍ15 경축 행사 때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에게 저격 당해 숨지자 사격 국가대표에서 전격 청와대 경호원으로 특채됐다. 그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경호원 근무시절 속사(速射ㆍ4초에 5발)에 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독차지했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2년 후 다시 국가대표로 돌아간 뒤에도 박 전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근혜양과 함께 태릉선수촌 사격장에 경호원도 없이 불시에 방문해 대표팀 훈련을 지켜 보실 정도로 사격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박 차관은 1970~80년대 아시아를 통틀어 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격의 달인'이었다. 박 차관은 남북한 냉전이 치열하던 78년 방콕아시안게임때 속사 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사격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땐 사격 7관왕을 차지한 북한의 서길산을 속사에서 꺾어 큰 화제를 낳았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까지 3회 연속 속사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어 '피스톨 박', '사격귀신'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그는 실제 71년부터 16년간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월드컵 등에서 모두 51개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사대에 올라 51세에 전국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11년 1월부터는 국가대표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장을 맡아 체육행정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선수단 총감독을 맡아 한국이 종합 5위에 오르는데 밑거름이 됐다.
국가대표 출신 박 차관의 임명에 대해 체육계의 반응은 환영일색이다. 특히 태릉선수촌장시절 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의 처우개선에 주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 차관은 "선수와 지도자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다. 향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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