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의 새판짜기가 불가피해졌다. 수조 원대 손실을 입게 된 코레일은 민간 출사들과의 마지막 협상을 통해 어떻게든 사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자금 마련에 대한 이견 차가 워낙 커 극적인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파산 후 자체 사업으로 역세권을 직접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3일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1차 부도가 났다고 당장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주주 간 협약서에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코레일이 사업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코레일 측은 일단 민간 출자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마지막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자들은 드림허브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금(1조1,000억원)과 이자 등의 상환기한을 3개월 미뤄 준 상태다.
코레일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연내 민간 출자사에 수천 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시공권 제한 등 기득권 포기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그간 협상이 결렬됐던 주원인인 만큼,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타결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결국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 코레일은 사업협약 해지를 선택, 파산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로선 파산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정관리는 사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하는데, 부동산경기 침체와 출자사들의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존속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이번 사업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서부이촌동을 떼어낸 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만 직접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출자사 간 소송전 등 후폭풍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선 1, 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해 드림허브 출자사 간 수조 원대 규모의 소송전이 예상된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사업 파산의 원인이 코레일에 있는 만큼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드럼허브에 출자한 모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사업협약서와 계약 서류를 점검해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드림허브로부터 사업부지를 돌려받고 땅값을 갚게 되면 자본잠식에 빠질 위험이 크다. 이 경우 철도 운행서비스 등 코레일의 기본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용산역세권 개발은 공기업인 코레일의 고유 사업이 아니므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자산재평가 후 채권발행한도를 높여 재무구조를 개선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채권발행한도를 높이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 철도공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코레일이 책임 있는 구조조정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 2,300가구 또한 통합개발을 허가한 서울시와 코레일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가구당 2억원만 청구해도 손해배상 규모는 4,600억원에 달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 지정은 자동 해제될 전망이다. 도시개발법상 개발구역 지정 후 3년 내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않으면 개발구역 지정이 자동 해제된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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