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마을금고 3층 회의실. 용산개발사업이 결국 부도가 났다는 소식에 잔뜩 화가 난 주민들이 대책회의를 갖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날 참석한 서부이촌동 주민(이촌2동 11개 구역 동의자 대책협의회) 30여명은 한 목소리로 서울시와 코레일,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등 사업 주체들을 성토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보상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지난 6년간 개발구역으로 묶어놓는 바람에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피해를 본 데 분노했다. 서울시는 입주권을 노린 투기를 막으려고 2007년 8월 이후 사실상 부동산 매매를 막았다.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조모(60)씨는 "개발구역 지정 이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며 "생활비 목적으로 이제껏 받은 대출금이 1억5,000만원, 월 이자만 100만원에 이른다"고 가슴을 쳤다. 박모(65)씨는 "공사를 시작도 안 했는데 주민들에게 부도라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소리쳤다.
대책협의회에 따르면 그간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로 팔렸거나 경매가 진행 중인 가구만 116가구에 이른다. 업계에선 개발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2,300여 가구가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끌어 쓴 담보대출은 가구당 평균 3억원이 넘는다.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 제약에 따른 대출 부담 등 그간의 물질적, 정신적 손해에 대해 서울시와 코레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김찬 대책협의회 수석총무는 "사업을 지연시켜온 서울시와 코레일, 관계 주주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주민들의 피해내역 조사에 들어갔다.
용산 참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일부 주민은 고공 농성, 철도 점거 등 극단적인 집단행동 방법도 논의 중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선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자", "용산 참사는 우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격한 말들이 오갔다.
반면 용산개발사업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오히려 부도 소식을 반기고 있다. 관련 단체인 생존권사수연합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재홍씨는 "동의서를 냈다가 입장을 바꾼 주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0%가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빨리 구역해제에 나서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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