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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던 재형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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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던 재형저축

입력
2013.03.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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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종자돈 마련을 목표로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이 출시 1주일 만에 가입자가 급감하며 열기가 차갑게 식고 있다. 우선 기본금리가 ‘열심히 저축한 서민들에게 로또가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 여기에 일용직과 신입사원 가입 불가, 금리 변동 불안, 자폭통장 만연 등 상품 출시 전 충분히 예견됐던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무능함도 원인이 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재형저축 판매 첫날인 6일 27만9,100좌에 달했던 신규 계좌는 7일 15만좌, 8일 14만8700좌 등으로 조금씩 줄어들다 12일 7만8,000좌로 줄었다. 출시 5영업일 만에 신규 가입자 수가 4분의 1로 준 것이다. 은행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본인의 돈을 1만~2만원씩 넣는 ‘자폭통장’등 금융회사의 과당경쟁을 당국에서 11일부터 금지한 이유도 있지만, 출시 초반 현혹됐던 가입자들이 재형저축의 장단점을 따지게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 은행들은 연 4.6%의 이자를 내세우며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신용카드를 개설해 일정금액 이상 사용해야 하고, 월급통장 개설, 아파트 관리비 이체 등 갖가지 조건이 따른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땐 우대금리를 적용 받지 못해 결국 정기적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연 3% 초중반의 상품이 되고 만다. 물론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원조 재형저축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1976년 처음 도입돼 1995년 폐지된 과거 재형저축은 정부와 기업이 보조금을 금리형태로 지급해 누적수익률이 50%에 달했다.

반면 현재의 재형저축은 정부에선 비과세 혜택만 줄뿐 지원금이 전혀 없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겉으론 “재형저축은 역마진 상품”이라고 엄살을 떨지만, 실상은 은행에 유리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우선 재형저축과 같은 장기 절세상품은 중도해지율이 높아 연 금리가 4%대라고 해도 결코 높은 금리가 아니다. 비과세에 소득공제까지 제공됐던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중도에 해약한 비율이 70%에 이른다. 재형저축을 7년 이전에 해지하면 금리가 2% 미만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대다수 상품이 3년 뒤에 변동금리를 적용하도록 돼있어 만기까지 유지하더라도 은행이 역마진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점이 대두되자 상품 출시 나흘만인 10일 ‘상품 가입시 유의사항’을 발표하며 뒤늦게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형저축의 취지가 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인 만큼 정부와 금융권이 협조해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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