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한국수자원학회(대표 한건연)의 수리모형실험 결과가 나왔지만 실험 대상으로 삼은 3개안 모두 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적방안을 찾기 위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울산시는 13일 오후 3시40분 본관 7층 상황실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리모형실험 연구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수자원학회 연구진은 이날 ▦사연댐 수위조절(60m→52m) ▦생태제방 설치 ▦터널형 물길 변경 등 3개 방안으로 구분해 9개월간 실시한 수리모형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먼저 사연댐 수위조절 방안. 연구진은 암각화 상류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 수위를 해발 60m에서 52m 로 낮추는 실험을 위해 축소모형(1:50)을 만들어 결과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수위 조절 전보다 암각화 전면 유속이 10배 정도 빨라지고 물 흐름 방향도 암각화 쪽으로 쏠려 암면세굴과 부유물에 의한 탈락 등 훼손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위를 조절하더라도 연중 1, 2일 정도는 암각화가 침수되고 모세관현상으로 암면은 젖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생태제방 설치안. 이 방안은 흙, 돌 등 자연재료로 제방을 설치하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차단할 수 있으나 물길 확보 및 제방 축조에 따른 절개 및 성토로 암각화 주변 경관이 변형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터널형 물길 변경안의 경우 터널을 통한 배수는 가능하나 배수위 발생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며, 저유속 시 퇴적 등에 따른 유지관리와 터널 외 제방 및 수로 건설 등 수반되는 공사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3개 보존방안을 비교 평가한 결과 수위 조절안은 주변경관과 식생ㆍ환경 영향에서는 매우 높게 평가됐으나, 암각화 암면보호와 치수 안정성, 용수공급능력 부문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생태제방 설치안은 주변경관 훼손, 제방의 지속적 유지관리, 식생ㆍ환경 영향 부문에서는 약점으로 평가됐으나 암석의 풍화방지, 암각화 암면보호, 치수안정성, 용수공급 능력에서는 장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보고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연구내용을 충분히 검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한 후 문화재청과 협의해 보존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화재청 측은 “이번 수리모형실험 결과는 수리적 문제로만 접근한 것으로 환경, 토목 등 측면에서 종합 검토해 내린 결론이 아니다”면서 “암각화 앞에 제방을 쌓으려면 현재 전망대가 있는 야산을 크게 절개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적 검토가 안돼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이번 시험결과가 뾰족한 ‘정답’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데다 문화재청이 수자원학회의 용역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최종 보존방안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보고회에는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박맹우 울산시장을 비롯한 시 주요 공무원 등 8명, 국무총리실 2명, 문화재청 5명, 수리모형실험 연구진(수공학 및 암반공학) 4명, 유관기관 관계자 등 모두 25명이 참석했다. 이번 연구는 시의 용역의뢰로 한국수자원학회가 맡아 지난해 6월 5일 착수했으며, 총 5억5,0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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