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대세'가 된 지금 가장 분주하고 역학관계가 복잡한 지역은 동아시아다.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국가(아세안)까지 한편으론 협력, 한편으론 견제를 위해 'FTA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한국과 중국, 일본의 3자간 FTA가 26일부터 협상을 시작한다. 2003년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본격 협상이 개시되는 것인데, 만약 한ㆍ중ㆍ일 FTA가 체결될 경우 인구 15억명, 국내총생산(GDP) 14조달러 규모의 거대 경제협력체가 탄생하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농산물과 제조업 등에서 발효 10년간 최대 16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다, 과거사와 영토분쟁 등 정치적 문제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자간 FTA보다는 양자간 FTA가 훨씬 현실적이다. 현재 한중일은 3자간 FTA 외에 양자간 FTA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한ㆍ중 FTA는 내달 5차 협상에 들어갈 만큼 진전이 이뤄졌다. 장기교착상태에 빠진 한ㆍ일 FTA도 재개 원칙은 정해진 상태. 정부 관계자는 "양자든, 3자든 FTA가 성사되면 동북아 무역질서는 지금과는 전혀 판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와 3자 FTA 외에 '아세안+6'FTA도 추진되고 있다. 여기엔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무려 16개 국이 참여하는데, 정식 명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만약 이 협정이 체결돼 동아시아와 남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 경제블록이 만들어질 경우, 인구(34억명)만으로도 EU의 7배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역내 무역규모 10조 1,300억달러, 역내 GDP도 14조 2,000억달러로 전 세계의 5분의1(20.5%)에 달한다.
때문에 EU,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더불어 아세안+6의 RCEP가 세계 3대 경제블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타결을 목표로, 5월 브루나이에서 첫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RCEP는 일본 같은 선진경제국도 있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거대신흥경제국도 있고, 이해관계가 같은 아세안도 있고, 여기에 한국과 호주 등도 포함되어 있어 구성 자체가 너무 이질적이다. 그만큼 견제와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 협상체결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애초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을 포함하는 아ㆍ태 경제통합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세안의 미온적 태도로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한ㆍ중ㆍ일 FTA가 추진되면서 다급해진 아세안이 RCEP 협상을 발표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TPP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는 상황에서, RCEP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동북아 지역 무역질서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중국팽창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아세안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 지역에서 굉장히 복잡하게 FTA의 물밑 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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