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회사채 투자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자금난 타개가 목적이라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도해야 할 금감원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연기금까지 리스크 높은 곳에 투자를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회사채 발행시장 양극화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비(非)우량채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연기금 및 시중 금융기관에 대해 중기 회사채 투자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연간 회사채 투자 규모의 일정 비율인 5% 이상을 일정 자산 규모나 신용등급 이하의 기업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투자에 실패한 경우에도 투자결정자에 대한 면책 조항을 마련하고, 회사채 발행 때 제공하는 담보제공 회사채 관련 법안인 담보부사채신탁법을 정비해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도 담보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 회사채 투자 의무화는 회사채 시장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 중견기업까지도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중소ㆍ중견 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 전반적으로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가 몰리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정책 및 세제지원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기금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비우량 회사채 투자를 강요할 경우 메가톤급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중기ㆍ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은 다소 덜 수 있겠지만 대내외 위기가 몰아친다면 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금융위기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이유를 들어 금감원 방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금감원이 금융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실행돼서는 안 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도 "동의할 수 없는 위험한 방안"이라며 정책적으로 추진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렇듯 논란이 일자 금감원은 해명 자료를 내고 "국회 정무위원장실 요청으로 회사채 시장 전반의 현황에 대해 설명한 적은 있으나, (중기 회사채 투자 의무화는)관련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아직까지 최종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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