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월간지인 '이밥차'는 카카오톡으로 요리법 메시지를 매일 회원들에게 보낸다. 이 일을 시작한 게 2011년 10월. 2년이 지난 지금 회원은 무려 120만명. 이밥차가 보내는 요리법은 '단돈 2,000원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이른바 초간단 레시피다. 어느 냉장고에나 있을 법한 식재료, 비커 대신 밥숟가락 계량, 조리법이 5단계를 넘지 않는 10분 요리로 든든한 한끼 해결을 돕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8일 이밥차의 물만두국 레시피가 담긴 메시지를 받은 직장인 정우재(29ㆍ경남 남해)씨는 다음날 오전 그 요리법을 따라 뚝딱 만들었다. 냄비에 물 2컵 반과 다시마를 넣어 끓인 뒤 만두 10개를 넣고 곱게 푼 계란과 송송 썰어둔 쪽파를 투척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정씨는 "몇 달 전만해도 뭘 해먹을지 고민하다 결국 라면으로 때우곤 했다"며 "요즘은 빠르고 쉬운 요리법이 흔해 웬만하면 집밥을 해먹는다"고 말했다.
요즘 초간단 레시피에 남성들이 푹 빠졌다. 카카오톡으로 이 레시피를 받는 이밥차의 남성회원은 무려 17만여명. 이밥차 관계자는 "처음 카카오톡을 보낼 때만 해도 남성회원은 4만여명이었지만 4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의 요리서적 코너에서도 서성이는 남성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교보문고 측은 "최근 3년간 간단한 요리법 관련 책 판매량이 2배 늘었다"며 "구매자의 26%가 남성"이라고 말했다.
남자가 집에서 하는 음식이라는 게 고작 라면 끓이는 수준을 넘지 못했지만 요즘 세태가달라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남성 1인 가구가 늘어난 게 큰 요인이다. 통계청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192만 가구나 된다. 이러니 남성도 특히 음식물을 남기지 않을 정도면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법에 관심을 갖게 된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나홀로'족인 회사원 남궁민(34ㆍ서울 가양동)씨는 초간단 레시피 관련 블로그면 인터넷에'즐겨찾기' 를 해 두고 따라 해 보는 게 그의 취미다. 남궁씨는 "생채무침, 배추 겉절이 같은 밑반찬을 주말에 미리 해둔다"며 "그러면 일하는 평일에 웰빙 고민에서 벗어나 마음은 든든하다"고 말했다.
보다 가정적으로 변한 가장들의 자세도 이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요리 블로거로 알려진 황인철 전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남성이 요리로 건강뿐 아니라 가족에게 다시 주목 받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특히 초간단 레시피가 요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니 남성들이 열광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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