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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어선 위험한 출항, 대형 사고 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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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어선 위험한 출항, 대형 사고 밀물

입력
2013.03.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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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선적 10톤급 닻자망(닻으로 고정하는 그물) 어선 선주 김모(64)씨는 요즘 바다를 바라보면 심란하다. 조업은 나가야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어선 사고 소식이 가슴을 때린다. 지난 4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뺑소니 LPG 선에 받혀 침몰한 대광호(9.7톤)도 김씨 배와 같은 닻자망 어선이었다. 김씨는 "사고가 날까 항상 불안하지만 겨우내 공치다 조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안 나가면 굶어 죽는다"고 말했다.

최근 해상에서 어선들의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선은 장비가 부실한데다 해무가 잦은 봄철은 더욱 위험한 시기지만 어선들은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하루하루가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조업이다.

11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한 선박 5,009척 중 어선은 3,545척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어선 사고는 2010년 1,168척, 2011년 1,263척, 지난해 1,114척으로 매년 1,100척 이상 일어나고 있다.

사망ㆍ실종 등 인명피해도 지난 3년간 193명이나 된다. 올해도 화재로 10명의 사망ㆍ실종자가 난 9일 201현승호,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된 1월 18일 3005황금호 사고 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이처럼 어선들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된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운항 부주의와 정비불량 등 인적 과실이 전체 어선 사고 원인의 83%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영세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내 어선은 모두 7만5,629척. 총 톤수 10톤 이하인 소형 어선은 전체의 95%인 7만2,027척에 달한다. 더욱이 이들 소형 어선 상당수는 건조한 지 25년이 지난 노후 선박이고, 28%는 채 1톤이 안 되는 규모다. 악천후와 해상에서의 교통사고에 취약할 수 밖에 선박 상태다. 대형사고 유발 요인은 더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형 어선은 화재에 취약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제작된 데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특성상 운항 능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은 승선을 꺼린다. 이러다 보니 선원은 고령화되고 외국인 선원이 늘며 의사소통조차 잘 안 돼 위급상황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어선의 통신방식이 대형상선 등과 상이해 선박 간 충돌위험도 상존한다. 그래도 선주들은 "다른 거는 다 오르는데 고기 값만 안 오르고 선원들 구하기도 어렵다"고 애로를 토로한다. 사실상 어선 안전장비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본격적인 어로가 시작되는 봄 바다는 위험이 상존한다. 일교차가 커 해무가 잘 생길 뿐 아니라 공기 중 염분입자가 응결핵 역할을 해 육지보다 안개가 짙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변도성 국립해양조사원 박사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조업을 자제해야 하지만 어민들 사정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선사고가 빈발하자 농식품부와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은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내달 말까지 '어선안전조업 특별강조기간'을 정해 소방장비 등 안전설비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고, 해경도 파ㆍ출장소를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해 어선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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