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우승, 2009년 아시아 정상급 피아노 경연인 일본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입상. 그뿐인가.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 정명훈),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지휘 마렉 야노프스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국내외 유명 악단과의 협연.
피아니스트 조성진(19)군에게 따르는 경력이다. 하지만 그를 설명하는 데 '신동'이나 '영재'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지난해 9월 입학한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은 국내 음악가들이 흔히 선택하는 유학지가 아니다. 또 만 20세가 채 되지 않은 나이답지 않게 "배움은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봄방학을 맞아 휴식 차 일시 귀국한 조군을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기본 교육을 국내에서 받은 '국내파'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불렸던 그는 "연주 실력과는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경험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어른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유학 동기를 밝혔다.
"피아노 테크닉만 배우는 유학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장 예술적인 도시를 찾다가 파리를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손가락으로만 하는 연주는 원하지 않아요. 역사 유적과 좋은 미술관, 연주회를 찾아 다니는 평범한 삶의 경험이 몸에 배어 세련된 연주의 성과로 나타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그는 4월 21,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지휘자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로린 마젤이다. 마젤은 2009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관련 행사에서 조군의 연주를 보고 자신이 창설한 캐슬턴 페스티벌에 초청한 적이 있다. 이번에 연주할 곡목은 2010년 서울시향과 협연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다.
"5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특별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보다 피아노가 먼저 나오는 혁신적인 작곡 기법을 썼고 2악장은 아름답고도 슬프죠. 또 신비로운 분위기도 있어요."
물론 베토벤은 아직 그에게 어려운 과제다. "베토벤의 의도를 어린 제가 어떻게 명확히 알겠어요. 베토벤은 제 인생 전반에 걸쳐 연구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새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많이 자유로워져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해 보고 있죠."
인위적인 것을 싫어해 연주자로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있다.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찾는 것. "얼마 전에 크로아티아 출신의 이보 포고렐리치의 공연을 봤는데 남보다 느리게 연주하고 작은 음을 정말 작게 내는 특이한 피아니스트였어요. 그런데 묘한 마력을 느꼈죠. 관객이 듣기만 해도 '아, 조성진이구나'하고 알 수 있는 저만의 연주를 하고 싶어요. 파리에서 공부하며 많은 경험을 쌓는 것도 결국 그 길을 찾는 한 방법인 셈이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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